[홍콩칼럼] 운동장이 침묵할 때: 홍콩에서 바라본 한국 학교체육의 위기 - 박완기 홍콩법정변호사

[홍콩칼럼] 운동장이 침묵할 때: 홍콩에서 바라본 한국 학교체육의 위기 - 박완기 홍콩법정변호사

 

필자는 홍콩의한초등학교바로옆에거주하며매일아침아이들의등굣길을지켜본다. 쉬는시간과점심시간이면어김없이운동장에서터져나오는아이들의함성과웃음소리는소음이아니라생동감넘치는‘성장의소리’다. 하지만이소중한생명력을뒤로하고한국의학교운동장은점차침묵에잠겨가고있다.


숫자가증명하는기이한침묵


한국경제보도에따르면전국초등학교 6,189개교중 312개교가정규교과외의축구·야구등스포츠활동을금지하고있다. 부산은 303개교중 105개교(34.65%), 서울은 605개교중 101개교(16.69%)에달한다. 친구들과공하나차고싶어도할수없는것이오늘날한국초등학생들의서글픈현실이다.


더욱기이한풍경은체육대회를앞둔학교에서벌어진다. 최근한초등학교에서는학생들이인근주민에게‘소음양해문’을직접작성해붙인사실이화제가되었다. “불편을드려죄송하다”고고개를숙인것은소음을일으키는어른이아니라마음껏소리지르며뛰어놀권리가있는아이들이었다. 이러한분위기속에서울지역초등학교의현장체험학습실시율은 2년만에절반수준으로급감했다. 부상을우려해축구를금지하고경쟁을피하려고운동회를폐지하는‘거세된교육’이만연하고있다.


책임회피와‘소외감방지라는명분의함정


학교가체육을외면하는이유는명확하다. 첫째는안전사고발생시의불분명한책임소재에대한두려움이고, 둘째는운동을못하는학생이느낄‘소외감’에대한학부모의민원이다. 하지만소외감을방지한다는명목으로경쟁자체를없애버리는것은교육적해결이아닌비겁한회피다. 이는시험성적이낮은학생이있으니아예시험을폐지하자는논리와다를바없다.


반면홍콩의사례는우리에게시사하는바가크다. 홍콩학교체육연맹(HKSSF)은매년초등학교부터중등학교까지아우르는체계적인지역대회를개최하며실력에따라 Division 1부터 3까지나누어치열하게경쟁한다. 이곳의아이들은승자와패자가갈리는것을삶의자연스러운일부로받아들인다. 누구도소외감을이유로대회의존재가치를부정하거나폐지를요구하지않는다.


회복탄력성: 운동장에서배우는가장강력한생존기술


경쟁의가치는풍부한연구로증명된다. 캐나다중독·정신건강센터(CAMH)의연구에따르면, 팀스포츠에참여하는아동은우울감과위축증상뿐아니라주의력문제와규칙위반행동까지유의미하게낮으며참여빈도가높을수록정신건강개선효과가뚜렷하다. 샌디에이고대학의연구역시스포츠참여가스트레스감소와자기확신향상으로이어진다는결과를제시한다.


경쟁환경에서습득하는심리적회복탄력성은아이들이사회로나갔을때마주할도전에대응하는핵심적인‘생활기술’이된다. 자본주의시장경제의근간은경쟁이며한국은그중에서도세계최고수준의경쟁사회다. 그런데정작이기고지는법을배워야할학교에서경쟁을차단하는것은아이들을보호하는것이아니라무방비상태로냉혹한세상에내보내는것과같다. 실패가없다는거짓메시지대신패배를딛고일어서는인내와끈기를가르치는것이학교의본분이다.


아이들에게‘세상의소리’를돌려주어야한다


정부는신체활동시간을늘리겠다고발표했으나교육현장에서는자발적체육마저금지당하는정책과현실의괴리가깊다. 아이들의활기가사라진운동장은학교가아니라수용소다.


교육당국은이제아이들에게‘세상의소리’를돌려주어야한다. 경쟁의기쁨과좌절, 승리의환호와패배의눈물.이모든뜨거운경험이야말로아이들을비로소진짜어른으로성장시키는가장값진교과서이기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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