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8, 90년대 홍콩의 대중문화는 아시아에서 큰 인기를 구가하였다. 그 중심에는 스크린과 음악계를 오가며 활약한 홍콩의 4대 천왕이 있었다. 유덕화, 곽부성, 여명, 장학우이다. 오빠 부대를 끌고 다니며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4대 천왕들도 이제 60줄을 넘겼다. 하지만 이들은 지금도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한때 홍콩을 넘어 아시아를 호령한 이들의 근황이 궁금하다!

주윤발과 장국영에 이어 우리나라를 강타했던 홍콩 스타는 유덕화였다. 홍콩의 톱스타가 한국 광고에 출연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화제가 된 ‘투 유’ 초콜릿 광고. 1989년 장국영에 이어 1990년 유덕화가 2대 모델로 등장하며 당시 광고는 큰 인기를 끌었다. 전성기 때의 외모는 정말 넘사벽이었다. 그랬던 유덕화도 올해 나이 64세가 되었다.
배우로서는 곽부성과 함께 가장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지금도 쉬지 않고 매년 영화에 등장하고 있으니 말이다. 올해 선보인 영화는 없지만 1년 전만 해도 네 편의 영화가 개봉되었다. 하지만 2000년대 초에 나온 무간도 시리즈를 마지막 명작으로 꼽아야 할 것 같다. 유덕화는 가수로서도 여러 인기곡을 보유하고 있다. 정규 앨범만 해도 약 30장에 달한다. 원래 노래를 잘하는 타입은 아니었으나 부단한 연습을 통해 실력을 향상시킨 케이스다. 그는 현재 영화뿐만 아니라 가수로서도 부지런히 활동 중이다. 작년 상하이, 베이징, 광저우, 충칭, 청두 등 중국 주요 도시를 돌며 순회 콘서트를 열었다.

유덕화 다음으로 자주 보이는 얼굴은 곽부성이다. 곽부성의 트레이드 마크는 ‘춤’이다. 얼마 전, 우리 학원 중국어 저녁반 수업 때 우연히 곽부성이 화제에 올라왔다. 수강생 중 한 명이 동영상을 통해 그의 최근 퍼포먼스를 보여줬는데, 무대에서 노년의 나이에도 믿기지 않는 부드러움을 뽐내고 있었다. 이 이야기를 한국어 수업 때 홍콩 수강생들에게 언급했더니, “젊은 여자랑 살아서 그래요. 장모가 더 젊어요”라는 말을 해 웃은 적이 있다.
그의 아내는 23세가 어린 올해 나이 38세의 팡위안이다. 65년생 곽부성의 올해 나이가 60인데, 얼마 전 셋째 자녀를 얻어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장모 나이보다 더 많다는 수강생 말의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니 실제로 곽부성이 4살 더 위였다. 그는 영화인으로서의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작년에 세 편, 올해 두 편의 영화에서 얼굴을 드러냈다. 특히 작년에 개봉되어 홍콩 영화의 흥행 기록을 새로 쓴 ‘구룡성채:무법지대’에 출연하여 녹슬지 않은 액션 장면을 뽐냈다. 가수 활동도 활발하다. 작년에는 홍콩에서 총 13회의 콘서트 무대에 올랐다. 이 외에도 맥심 월병 광고 등에도 얼굴을 비추며 여전히 홍콩 팬들과 밀착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여명은 4대 천왕 중 유일하게 한국어 노래를 발표하여 우리나라에도 친숙한 스타이다. 한국 드라마 OST에 수록된 ‘사랑한 후에’를 한국어로 불러 그의 앨범에 담은 이력이 있다. 우리나라 팬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 대표작은 장만옥과 주연한 ‘첨밀밀’일 것이다. 영화 속 홍콩으로 이주한 중국대륙인 역할처럼 실제로 4대 천왕 중 유일하게 비홍콩 (중국 베이징 출생) 출신이다. 다른 세 명의 스타가 가정을 이루었지만, 아직 독신이라는 점도 그의 차별점(?)이다. 2008년 모델 록기아와 법적 혼인 신고를 했으나, 2012년 이혼했다.
여명의 최근 행보는 4대 천왕 중 조용한 편이다. 약 50편의 필모그래피 중 2017년 개봉된 ‘치앙홍’을 끝으로 영화는 활동 중단 상태이다. ‘첨밀밀’도 1996년 작품이니 벌써 30년 전이다. 그러나 음악인으로서의 활동은 이어가고 있다. 2023년 홍콩에서 10회 공연을 하였고, 내년 3월에는 8차례 콘서트가 기획된 상태다. 가끔씩 광고 모델로도 등장하고 있다.

필자의 중국어 노래방 18번은 유덕화의 ‘망정수(忘情水)’와 더불어 장학우의 ‘투심(偷心)’이다. 현재 홍콩의 톱스타가 된 진혜림은 ‘투심’의 뮤직비디오로 데뷔했다. 가창력과 노래 실력으로만 따졌을 때 최고는 당연히 장학우다. 영화의 경우 홍콩 영화의 중흥기였던 8, 90년대에 다작을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영화는 왕가위 감독의 데뷔작으로 유덕화, 장만옥이 주연한 ‘열혈남아’이다. 여명과 마찬가지로 최근 연기 활동은 조용하다. 작년 ‘해관전쟁’이란 영화에 사정봉과 공동 주연으로 등장했는데, 7년 만의 스크린 나들이였다. 2015년 작으로 주연을 맡은 ‘적도’에서 한국 배우 지진희, 최시원과 함께 호흡을 맞춘 경험도 있다.
장학우의 근래 행보는 음악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최근 홍콩의 지하철역에는 그의 콘서트 홍보 포스터가 붙어 있다. 올해 12월 23일부터 내년 1월 24일까지 공연이 예정되어 있다. 장학우는 2023년 6월부터 2025년 11월까지 홍콩, 중국, 마카오, 대만,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서 총 304회의 콘서트를 치렀다. 이 중에는 2025년 9월 13일 인천에서의 공연도 포함되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