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5학년 여름, 친구의 권유로 처음 교회 간 그 날 교회 선생님이 저를 반겼습니다. “처음 보는 친구구나, 어디 사니?” 모임 끝나고 저를 집까지 바래다주셨습니다. 그 이후, 매 주 일요일 아침이 되면 선생님이 교회 아이들과 함께 집 문을 두드렸습니다. “현아, 교회 가자!” 저의 할아버지는 그때마다 혀를 끌끌 차며 말씀하셨습니다. “교회 다니면 쌀이 나오냐? 돈이 나오냐?” 목사가 된 지금도 어릴 때 들었던 할아버지의 말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아마 예수님을 믿지 않고 교회 다니지 않는 분들. 특별한 종교가 없는 분들은 저의 할아버지처럼 이야기를 많이 하시곘지요.
생각해보면 이상합니다. 일주일 내내 힘들게 일 하고, 주말에 겨우 쉽니다. 모두에게 일요일, 특히 오전 시간은 소중합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그렇게 소중한 시간인데, 교회 다니면 뭐가 달라지나요? 어떤 유익이 있어서 교회를 가야 하나요?”
신약성경 마태복음 4:23 말씀에 읽으면,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셔서 하신 일이 요약되어 있습니다.
“예수께서 온 갈릴리를 두루 다니시면서, 그들의 회당에서 가르치며, 하늘나라의 복음을 선포하며, 백성 가운데서 모든 질병과 아픔을 고쳐주셨다”(새번역성경)
예수님은 아픈 사람을 고치셨고, 죄 문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구원의 문을 열어주셨습니다. 그리고 그 일을 교회가 이어가길 원하셨습니다. 예수님을 따라 교회는 병원과 학교를 지었고, 가르치며 아픈 사람들을 도왔습니다. 그렇다면, 교회 다니면 정말 떡과 돈이 생길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시간과 노력을 더 쏟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돈과 떡을 얻기 위해 인간관계를 맺지는 않습니다. 아무 말 않고 있어도 그저 편하고 좋은 친구가 있습니다. 내가 밥 사주고, 시간을 쏟으면서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만으로 힘을 얻는 관계도 있습니다. 문득 생각나면 보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다. 전화 한 통화에 힘을 얻는 가족이 있습니다. 교회는 그런 관계의 확장입니다. 홀로 있는 내가 타인과 관계 맺으며 성장합니다. 관계 속에서 사랑을 주고받으며, 때로는 아프기도 하고 때로는 기쁘기도 합니다. 눈에 보이는 관계를 뛰어넘어, 보이지 않은 하나님과의 관계를 맺습니다. 내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구나.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구나를 인정합니다.
철학자 칸트는 인간이 시간, 공간, 수 같은 개념을 이미 갖고 있고 그 틀에 맞는 것만 인식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미 갖고 있는 인식의 틀을 통해서 세상을 이해한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교회 공동체 안에서 경험하는 사랑과 용서는 이성의 틀로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습니다. 그 지점에서 우리의 인식은 확장됩니다. 교회를 다니고 예수님을 믿음으로, 이성을 뛰어넘어 영성까지 확장되는 경험을 ‘종교적 경험’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성이 극대화되는 현대 사회서 오히려 영성을 찾아 헤매는 사람들이 더욱 늘고 있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그 여름성경학교 선생님은, 나에게 성경 구절을 가르쳐주기 전에 내가 사는 골목을 먼저 기억하셨습니다. 교회 아이들은 그저 내 손을 잡고 함께 걸었습니다. 그 작은 관계들이 쌓이면서 나는 서서히 배웠습니다. ‘내가 뭘 얻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함께 있느냐’가 더 오래가는 힘이 된다는 것을.
돈과 떡은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돈 때문에 울지 않고, 떡 때문에 웃지 않습니다. 우리가 진짜로 기뻐하고 슬퍼하는 순간들은 대부분 관계 안에서 일어납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 가족과의 다툼, 친구의 갑작스러운 연락, 스승의 한마디. 교회는 그런 관계를 훈련하는 공간입니다. 눈에 보이는 이웃과,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동시에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곳이지요.
할아버지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교회 다니면 뭐가 바뀌나요?” 정답은 이렇습니다. 교회 다닌다고 쌀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쌀을 나눠줄 사람이 생깁니다. 돈이 생기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돈보다 더 급한 일이 생겼을 때 함께 울어줄 사람이 생깁니다. 일요일 오전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내는 대신, 그 시간이 아니면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을 만납니다.
아무런 조건 없이, 아무런 대가 없이, 일요일 아침마다 내 집 문을 두드리던 사람들. 그들이 없었다면 저는 지금 목사가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들이 내게 준 것은 떡도, 돈도, 성경 지식도 아닙니다. 그들은 그냥 와서 말했습니다. “현아, 교회 가자. 네가 거기 있으면 좋겠어.” 그들이 함께 했던 시간들이 제게 남은 것처럼, 저와 홍콩우리교회도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과 함께 하는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오늘도 나는 그 말을 전합니다. 교회 가면 뭐가 바뀌냐고 묻는 이들에게 이렇게 답합니다. “당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큰 변화입니다. 하나님이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그 사랑을 경험하는 자리가 교회입니다.” 이번 주일, 여러분을 기다리겠습니다. 교회에 한 번 오셔서 혼자가 아님을. 하나님과 이웃의 사랑을 경험하는 시간을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을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Copyright @2026 홍콩수요저널.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