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1일, 반가운 연락이 왔습니다. “새해 첫 예배를 홍콩우리교회에서 드리고 싶어 연락드립니다.” 작년 11월 추수감사절에 홍콩우리교회를 찾았던 자매였습니다. 일본에 오래 거주했다는 이 자매의 이야기는 제가 수요저널 칼럼에도 한번 소개했었습니다. 그는 평소 친구와 홍콩 여행을 자주 했습니다. 하지만 친구가 병으로 먼저 떠나자, 혼자 그 추억을 되새기며 홍콩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숙소 예약에 문제가 생겨 급하게 침사추이 쪽 숙소를 예약하게 되었습니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오던 중, 옆자리에 앉은 사람...
저는 집과 교회를 매일 걸어 다닙니다. 버스를 타도 한 정거장밖에 되지 않습니다. 정거장에서 내린 뒤 교회까지 걷는 거리를 생각하면 처음부터 걸어 다니는 쪽이 더 빠릅니다. MTR도 비슷하고요. 교회와 집을 오가는 길에 많은 가게가 있습니다만, 유독 제 눈에 띄는 한 커피집이 있습니다. 많은 집 중 눈에 띄는 이유는, 커피집 앞에 작은 테이블이 몇 개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새벽에 그 집 앞을 지나갈 때쯤이면 언제나 같은 시간에 할아버지 한 분이 제 앞을 걸어가는 모습을 봅니다. 천문대 길 언덕을 올라가는데, 일반인 보폭...
12/25는 크리스마스입니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며 우리는 지난, 그리고 진한 추억에 잠기고 또한 새로운 추억을 만들기도 합니다. 여러분은 크리스마스에 어떤 추억이 있으신가요? 제가 어릴 때 집 근처에 큰 절이 있었고, 아버지와 아침마다 절 뒷산에 올라 맨손체조 하고 약수 한 컵을 마시고 내려오곤 했습니다. 동네 교회를 처음 갔던 때는 열 살 크리스마스 때였습니다. 성탄 설교도, 프로그램도 기억나지 않습니다. 단지, 느낌이 좋았습니다. ‘아, 교회는 좋은 곳이구나’ 절 입구는 험상궂은 사천왕이 있었습니다. ...
“홍콩 좋아? 지내면서 어려운 건 없어?” 지인의 질문에 “머리 자를 곳이 없어”라고 하면,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합니다. 하지만 홍콩에 사는 우리는 이 문제가 의외로 심각하다는 사실을 잘 압니다. 머리를 한 번 잘못 자르면 적어도 한 달에서 몇 달은 난감해집니다. 특히, 사람들을 많이 만나야 하는 업종에 종사하는 분일수록 더 곤란해질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남성보다 여성이 더 곤란하고 난감하죠. 제가 일본에서 거주할 때도 경험했던 문제입니다. 일본인 미용실에 들어가 스타일을 설명합니다. 그는 몇 가닥 자르...
지난 12월 8일. 폴리유에서 홍콩한인여성합창단 제 2회 정기연주회가 있었습니다. “타이포 화재로 인해 많은 사람이 아프고 슬퍼하는데 공연을 하게 되었지만, 이 공연을 통해 위로받는 시간이 되기를 원합니다”라는 인사로 시작된 공연. 감사하게도, 저는 가장 앞 자리에 앉아 가까이서 공연을 볼 수 있었습니다. 아름답게 옷을 입은 단원들이 줄지어 자리를 잡고 섭니다. 피아노 반주가 시작되자, 공기가 달라집니다. 조금 전과 다른 세상이 펼쳐집니다. 첫 세 곡은 마치 크리스마스 칸타타를 보는 듯, 장엄하고 거룩한 선율이 흐릅...
여러분, 혹시 ‘가치의 공식’을 아시나요? 경제학 등에서 자산가치를 평가하는 공식은 있지만, 우리 삶 전반에 걸쳐 적용되는 공식은 들어본 적 없을 것입니다. 제가 최근 여러가지를 생각하다 ‘가치의 공식’을 만들었습니다.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V=MT V=Value, M=Meaning, T=Time입니다. “가치는 의미에 시간을 곱한다” 이 공식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지난 11월 21일, CNN 뉴스 기사입니다. 경매에 나온 슈퍼맨 만화책 한 권이 134억원(912만 달러)에 낙찰되었습니다. 출...
지난 주일, 홍콩엘림교회가 교회의 일꾼을 세우는 행사를 했습니다. 장로 2인, 안수집사 4인, 권사 7인 모두 13명이 새롭게 교회 직분자로 섬기게 되었습니다. 제 마음은 매우 설렜습니다. 이번에 권사가 되는 분 중 한 분이 저의 후배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온누리교회 대학부 출신입니다. 처음에는 100여 명 조금 넘는 인원이 예배드렸습니다. 서로 얼굴도 잘 알고, 선후배 관계도 끈끈했습니다. 대학부 활동은 매우 적극적이고 전투적이었습니다. 여름/겨울방학마다 해외 아웃리치를 갔습니다. 아웃리치라고 해도 별도의 프로그램...
지난 주일은 추수감사절이었습니다. 추수감사절은 1년 동안의 수확물과 추수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드리는 주일입니다. 부활절, 성탄절과 함께 개신교 3대 명절 중 하나입니다. 부활절이나 성탄절은 예수님의 생애와 연관된 절기이나, 추수감사절은 그렇지 않습니다. 예수님과 무관하게, 아메리카 대륙에 정착한 청교도들이 하나님께 감사한 것이 시작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수감사절을 교회서 지키는 이유는, 한 해 동안 어떤 일이 있었는지 돌아보고 감사거리를 찾기 위함입니다. 우리가 사는 홍콩은 바쁘고 복잡합니다. 매일 처리해야 할...
지난 주일, 세 분의 방문객이 저희 교회를 방문하셨습니다. 그 중 한 분이 설교 시간과 기도할 때 많이 우셨습니다. 예배 후, 식사 교제를 하며 방문하신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두 분은 부부인데 일본 오키나와에서 사역하고 있는 선교사님이었습니다. 홍콩에 잠깐 일이 있어 왔다가 우리교회를 방문하였다고 했습니다. 한 분은 일본 오카야마에 거주하는 분인데, 홍콩에 여행 왔다가 예배 드릴 교회를 찾아 오셨습니다. 눈물을 흘리셨던 분은 오카야마에서 오신 분이었습니다. 저는 세 분이 같이 온 줄 알았는데, 따로 왔고 버스서 만...
한승태 작가가 쓴 “어떤 동사의 멸종-사라지는 직업들의 비망록”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대학 졸업 후, 꽃게잡이 배, 양돈장, 주유소, 콜센터, 물류센터 등에서 일하며 경험한 이야기를 적은 책입니다. 불황이라는 출판업계서 출간 1년 만에 7쇄를 찍었습니다. 어이없고, 슬픈 사건이 많이 나오지만 작가 특유의 유머와 맛깔나는 묘사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됩니다. 몰랐던 직업군의 애환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면서, 저도 많이 배우고 공감했습니다. 이 책의 내용 중, 종료되지 않은 통화를 통해 작가가 충격을 받았던 이야기가 있습니다....
우리는 원치 않아도 안 좋은 일을 경험합니다. 사랑하는 누군가가 떠나거나 아동 학대. 가정폭력, 성폭력 등 아주 힘든 일을 많이 겪으면 그것이 트라우마가 됩니다. ‘트라우마’라는 말은, 라틴어입니다. ‘뚫리다. 다치다. 상처’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정신적 상처는 psychological trauma, 육체적 상처는 physical trauma라고 부릅니다. 베셀 반 데어 콜크(Bessel van der Kolk)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입니다. 그는 PTSD로 인한 뇌의 변화를 최초로...
최근 한국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김해시에서 황새 기념관을 만들고 개장 행사를 했습니다. 행사에는 복원된 황새를 방사하는 순서도 있었습니다. 관계자의 인사말과 축사. 기타 순서가 한 시간 반 넘게 진행되었습니다. 방사를 기다리던 황새는 행사 끝날 때 까지 좁은 우리에 갇혀있었습니다. 게다가 우리는 뜨거운 가을 햇살에 그대로 노출되었습니다. 그늘막 하나 없었던 것이죠. 그 결과 비참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방사하려고 우리를 열었는데, 황새는 우리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당황한 사육사가 억지로 황새를 우리에서 꺼냈습니다. 하지만...
제 사무실에서는 많은 나무가 보입니다. 울창한 숲을 걸어보려고 입구를 찾아 들어가려 했지만, 천문대 부지라며 출입을 제한합니다. ‘아, 그래서 나무가 울창하구나’ 직접 거닐지는 못해도, 사무실에서 보는 나무가 푸르고 많으니 그것으로 좋았습니다. 하지만 평안이 깨집니다. 지난 주부터 갑자기 사람들이 나무를 베기 시작합니다. 조용했던 곳이 시끄러워지고, 자연 속에 있는 듯한 분위기는 사라졌습니다. 뜨거운 해를 막아주던 나무는 잎이 울창한 가지가 잘리고. 토막 나며 쓰러집니다. 그동안 가려 보이지 않던 건물들이 그대로 드러나보...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문해력 저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문해력 저하로 인한 문제의 핵심은 무엇일까요? 대화와 소통의 단절입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상대가 이 정도 말은 당연히 알겠지?’라는 전제를 두고 대화합니다. 그런데 상대가 그 말을 모르거나, 의미를 다르게 알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요? 당연히 오해와 대화의 단절이 생기겠지요. 문해력 저하가 유일한 원인은 아니지만, 대화와 단절이 일어나는 여러 현상을 대표하며 문해력 저하라는 말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도 최근 인터넷에서 한 사례를 접했습니다. 웹툰 작가...
아이들이 기다리던 날이 왔습니다. 지난 주일, 홍콩우리교회서는 두 번째로 ‘우리마켓’이 열렸습니다. 지난 5월 어린이주일에 처음 했습니다만, 반응이 좋아 하반기에 다시 준비했지요.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줄 선물을 사기 위해 장을 봅니다. 어른들은 집에 있는 물건을 가져오기도 하고, 후원을 하기도 합니다. 각종 장난감과 선물이 교회학교 예배장소에 가득 셋팅됩니다. 교회 입구에는 화려한 풍선과 장식, 행사 장소에는 떡꼬치와 어묵, 소떡, 주먹밥 등 각종 먹을거리가 풍부합니다. 모처럼 권사님들이 솜씨를 발휘하여 음식을 준비합니...
비트코인을 시작으로 ‘가상화폐’라는 개념이 대중에게 알려졌고, 지금은 셀 수 없이 많은 종류의 가상화폐가 만들어지고 유통되고 있습니다. 비트코인을 처음 만든 인물로 알려진 ‘나카모토 사토시’는 실제로 존재하는지 불확실합니다만, 그가 비트코인을 만들 때 추구했던 목표는 ‘탈중앙화’였습니다. 은행이나 기관이 통제하고 관리하는 기존 금융 시스템에 대한 불만에서 출발하여, 특정 기관이 아닌 모든 사람이 거래 내역을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자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등장한 것이 ‘블록체인’ 기술입니다. 기존에는 거래 내역...
‘케데헌’으로 불리는 K-pop 데몬 헌터스라는 영화가 전세계적으로 화제입니다.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은 조회수와 시청수, 시청시간 기록을 계속 경신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조회수 감소가 일반적인데, 이 영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영화에 수록된 음악도 빌보드 핫100에 진입할 뿐 아니라, 몇 주간 1등을 합니다. 많은 평론가들은 영화와 음악이 동떨어지게 느껴지는 작품이 많은데, 이 영화는 오히려 음악이 영화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핵심이라고 합니다. 한 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는 노래가 사람들을 사로잡습니다. 함께 ...
우리 일상은 특별한 일 없이 반복되는 평범의 연속입니다. 크고 드라마틱한 사건이 거의 발생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평범함’ 속에 우리 인생이 담겨 있습니다. 한 알의 씨앗이 조용히 뿌리내리고 자라 큰 나무가 되듯, 작은 습관들이 시간이 지나며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만들어냅니다. 하루아침에 무언가를 이루는 일은 없습니다. 만일 하루아침에 무언가가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습관을 가지고 계십니까? “아주 작은 습관의 힘”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는 거창한 결심보다는 사소한 행동...
우리는 모두 좋은 자리에 앉고 싶어합니다.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이유는 높은 자리에 오르기 위해서 입니다. 내 자리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 합니다. 식당에 가면 어느 자리에 앉을지 살펴봅니다. 좋은 자리를 얻기 위해 예약을 합니다. 커피숍에 갔는데 앉을 자리가 없으면, 테이크 아웃하지 않고 다른 커피숍을 찾아갑니다. 일본에서 살면서 많이 들었던 말이 “이바쇼”(居場所)입니다. “있을 곳”이라는 의미입니다. 만화나 영화 대사를 비롯, 일반적으로도 사람들이 많이 쓰는 말입니다. 일본인은 왜 이 말을 자주 사...
홍콩우리교회가 있는 침사추이는, 유동 인구가 많은 지역입니다. 여러 나라서 온 관광객을 비롯, 중국에서 쇼핑하기 위해 방문하는 그룹도 있습니다.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해보면, 어떤 사람은 짐 없이 가볍게 다닙니다. 반대로 어떤 사람은 많은 짐을 들고 다닙니다. 여러 개 캐리어를 끌고 가는데, 모두 터질 듯 가득 짐을 담았습니다. 그 짐을 감당 못해 땀을 뻘뻘 흘리며 가는 사람을 보면 궁금합니다. ‘저 안에 어떤 것이 들어있을까?’ 많은 사람이 여행을 합니다. 그 중 짐을 잘 싸는 사람과 짐을 못 싸는 사람이 있...
저는 홍콩 오기 전, 제주 동쪽에 살았습니다. 성산일출봉이 유명한 곳입니다. 혹시 성산일출봉에 가 보셨나요? 아주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많은 관광객이 성산일출봉을 방문하지만, 의외로 일출봉에 깃든 아픈 역사는 모릅니다. 성산일출봉은 2차대전 때 전쟁을 위한 기지이기도 하였습니다. 일본이 아름다운 성산일출봉을 많이 망가뜨렸습니다. 성산일출봉 입구 앞은 여러 식당이 모여 있습니다. 식당들 골목 사이로 1분 정도 가면 해안선을 따라 걸을 수 있도록 내려가는 계단이 나옵니다, 오래된 계단은 마지막 계단이 없어져 내려가기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