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의 거리였던 셩완의 보얀가(Po Yan Street, 普仁街) 홍콩의 개항 초기, 홍콩섬의 사이완(Sai Wan, 西環)과 셩완(Sheung Wan, 上環)은 태평천국의 난을 피해 중국 대륙에서 피난 온 이주자들로 가득했다. 당시 영국 식민지 정부는 장례에 관한 정책이 부재했다. 따라서 장례를 치를 공식적인 장소 또한 지정하지 못한 상태였다. 결국 사망자들을 산자락 아래에 묻어두는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 1856년 한 언론에 다음과 같은 독자의 투고가 실렸다. “현재 유행하던 전염병 페스트로 매일 약 30명이 ...
몇 해 전 흥미롭게 읽은 책이 있다. 영국 저널리스트이자 국제 정치 전문 기자 출신 팀 먀살이 쓴 ‘지리의 힘’이다. 각 국가는 지리의 영향을 받아 발전이 이루어지거나 반대로 성장의 제한을 받아왔다는 내용이 골자이다. 예를 들어 미국이 세계 최강국이 된 배경에는 지리적 축복이 있었다. 대서양과 태평양을 양쪽에 두고 있어 완벽한 안보 환경 속에서 성장이 가능했던 것이다. 나는 이 책에 담겨 있지 않은 홍콩의 지정학적 조건을 생각해 보았다. 홍콩의 발전에 ‘지리의 힘’은 어떻게 작용했을까? 영국에게는 천혜의 지리적 ...
새로워졌다! 6년만의 재개장 지난주 금요일 오후. 홍함에 중국어 출장 강의를 갔다가 현지 문화 체험을 위해 평소와는 다른 곳으로 발길을 향했다. 이스트 침사추이에 위치한 홍콩 역사 박물관이었다. 이 박물관을 찾게 된 배경에는 우리 학원 광동어 선생님의 추천이 있었다. “역사 박물관 가 보셨어요? 싹 바뀌었는데 홍콩의 역사를 소개하는 전시가 잘 되어 있더라구요”.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 말에 날 잡고 떠나 보았다. 나란히 이웃해 있는 역사 박물관과 과학 박물관 우선 홍콩 역사 박물관에 대...
홍콩하면 떠올리는 것 중 하나는 다양한 종류의 딤섬이다. 지금도 새로운 형태들이 등장하며 계속 진화 중이다. 이와는 반대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으나 시대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추억의 딤섬들도 있다. 오늘은 이들을 만나러 가본다. 출발~! 뼁하딴카우(冰花蛋球) - 바삭함과 촉촉함, 깨지는 크랙 식감 홍콩의 옛 차루(딤섬과 차를 즐기는 식당)와 차찬팅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추억의 튀김 간식이다. 싸용(莎翁)이라고도 부른다. 계란, 설탕, 버터, 저단백 밀가루를 주재료로 하며, 밀가루를 부드럽게 반죽한 뒤 저온에서...
홍콩의 근대 이후 인구 변화는 정치, 경제적 격변과 밀접히 연결된 이민 사회의 역사다. 1841년 영국이 홍콩섬을 점령했을 때 인구는 약 7,450명에 불과했다. 그 후 200년이 채 안 되어 홍콩 전체 인구는 약 750만명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많은 인구는 언제, 어디로부터 유입된 것일까? 19세기: 불과 7,450명이었던 홍콩섬 인구 먼저 근대사 초기, 19세기 말~20세기 초의 홍콩 인구 증가는 영국이 홍콩을 식민지로 정착시키는 과정에서 항만, 무역 기능이 커지면서 인력 수요가 확대된...
요즘도 한국에는 센베이 과자가 나오는지 모르겠다. 내가 어렸을 때 할머니댁에서 종종 보았던 추억의 과자다. 바삭하고 고소한 맛이 특징이다. 홍콩에도 이에 견줄 수 있는 전통 제과가 있다. 광동어로 텅벵(唐餠), 혹은 러우벵(老餠)이라 부른다. 현재도 명맥을 유지하며 홍콩인들의 추억과 향수를 달래고 있다. 80년대 전성기를 맞은 텅벵 텅벵은 20세기 평민의 삶에 스며들었다. 이중 가장 대표적인 텅벵 브랜드는 최초로 문을 연 항헝(恒香)병가를 비롯하여 케이와(奇華)병가, 따이통(大同)병가, 영와(榮華)병가 등을 들 수 있다...
중국은 광활한 영토와 다양한 기후, 역사 덕분에 지역별로 사람들의 성격과 문화에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 흔히 북방과 남방으로 크게 나뉘는데, 친링(秦岭)산맥과 화이허(淮河) 강을 잇는 선을 기준으로 한다. 농업 방식(밀 vs 벼), 기후, 이주 역사 등이 영향을 미친다. 다음은 주요 지역별 성격과 문화의 특징을 정리한 것이다. 단, 개인 차이와 도시화가 크기 때문에 일반화임을 참고하여 살펴보도록 한다. 북방(화북, 화동 북부)과 전반적인 남북 차이는? 북방(베이징, 허베이, 산둥, 허난 등)은 건조...
방언 중에서도 위상이 높은 방언 광동어 광동어는 비록 방언이지만 중국어의 한 분류로서 상당한 위치를 차지한다. 신해혁명 초기 중화민국 건립 과정에서 쑨원(손문), 후한민, 랴오중카이 등 광동성 출신 지도자들이 핵심적 역할을 담당했다. 당시 광동어는 정부 리더들의 언어였다. 또한 다수의 화교들이 광동 출신으로, 지금도 해외에서 푸통화와 함께 주요 중국어 중 하나로서 위상을 뽐낸다. 대략적인 통계에 의하면 전 세계 4,000만~6,000만 화교 중 광동어를 쓰는 비중은 약 1,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수백 개에 달하는 중국의 방언 우리 교민들이 거주하고 있는 홍콩은 광동어가 지역 언어로 사용되고 있다. 영어, 보통화, 광동어가 홍콩의 공식 언어이지만 이중 광동어가 가장 생활 밀착형 언어이다. 이는 비록 방언이지만, 광동어를 배우기 위해 그간 많은 교민들이 우리 학원을 찾았던 이유다. 우리나라처럼 좁은 땅덩어리에서도 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사투리가 있는데, 한반도의 약 43~44배에 달하는 중국은 수백개의 방언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통은 이들을 크게 묶어 다음과 같이 7대 방언으로 분류한다. ...
홍콩의 명소 중에는 ‘빅토리아’가 들어가는 지명이 많다. 영국 빅토리아 여왕의 이름으로 명명되었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 빅토리아 여왕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이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 알아보았다. 63년간 재위 - 영국 역사상 가장 긴 통치를 한 빅토리아 여왕 영국 빅토리아 여왕(Alexandrina Victoria)은 1837년 6월 20일부터 1901년까지 63년 216일간 재위했다. 영국 역사상 가장 긴 통치 기간을 기록한 군주(엘리자베스 2세 이전)로, 빅토리아 시대를 상징한다. ...
빅토리아 하버와 함께 하는 도보길 – 이스트코스트 보드워크 노스포인트로 이사온 지 1년 6개월이 되었다. 인구가 많아 번잡하긴 하지만 생활 편리성이 좋아 나름 만족하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학원과 걸어서 5분 거리라 출퇴근에는 최고다. 그런데 이사온 지 얼마 안 되어 행운을 만났다. 주변에 환상적인 해안 공원이 생긴 것이다. 내가 노스포인트 주민이 된 것은 2024년 2월이었다. 그런데 2025년 1월 26일, 노스포인트와 포트리스힐 해안 도보가 완공되었다. 이로 인해 포트리스힐 방향으로 공원길을...
HKU SPACE(홍콩대 전업진수학원) 한국어 중급반 수업. 오늘은 발표가 있는 날이다. 발표 주제는 ‘내가 소개하고 싶은 문화’. 한중일 중 소개하고 싶은 국가의 문화를 3분간 발표하는 시간이다. 이중 몇 명은 홍콩의 문화를 선택했다. 이들이 좋아해서 소개하고 싶어한 홍콩의 문화는 무엇이었을까? 얌차 문화 얌차 문화를 소개한 사람은 빈센트씨다. ‘얌차(飮茶)’란 광동어로 ‘차를 마시다’라는 뜻이다. 홍콩의 얌차 문화는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것뿐만 아니라 딤섬을 함께 곁들인다. 광저우에서 시작된 얌차는 홍콩으로 ...
마카오 카지노 매출은 라스베가스의 3배! 마카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몇 가지 있다. 카지노, 에그타르트, 세나도 광장, 성 바울 대성당 등이 주요 연관 단어가 될 거 같다. 이중 카지노는 마카오 경제를 떠받드는 핵심 산업이다. 마카오는 1999년 포르투갈에서 중국으로 반환된 이후 GDP가 9배 성장하여 2019년 기준 1인당 GDP가 8만 달러에 달했다. 마카오의 경제 성장을 주도한 것은 카지노 산업인데, 이미 2006년 라스베이거스를 제치고 세계 1위의 카지노 도시에 등극하였다. 매출 규모는 라스베이거스의 3배...
지금 중년 이상의 홍콩 사람들에게 1980년대는 짙은 향수를 자아내는 경제적, 문화적 황금 시대이다. 즉, ‘그때가 참 좋았는데’라고 하는 그리움과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시기가 1980년대인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이 당시는 홍콩이 경제적, 문화적, 정치적, 사회적으로 중요한 변화 를 경험한 동시에 안정감을 주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1. 경제적 번영 1980년대는 홍콩의 경제가 급속히 성장하던 시기였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많은 사람이 일자리를 얻었고, 소득 수준이 향상되었다. 이로 인해 중산층이 성...
축구팬인 나는 이번 북중미 월드컵에 이상하리만치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막상 월드컵이 개막하니 상황이 달라졌다. 원래 갖고 있던 축구팬으로서의 DNA가 분출된 것이다. 이렇게 된 이상 관건은 홍콩에서의 월드컵 시청이다. 어디서, 어떻게 볼 것인가?! 1차전 체코와의 경기는 완차이의 바 109에서~! 그러고 보니 이번이 내가 홍콩에서 맞이하는 6번째 월드컵이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인데, 참 홍콩에서 오래도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예전 월드컵 시청은 집에서 인터넷으로, 혹은 셋톱 박스를 통해 본 횟수가 가장 많았던 ...
20여 년 전 주재원 시절 셀 수 없이 넘나들던 선전과 지금의 선전은 비교가 불가할 정도로 변화가 크다. 많은 부분에 발전을 가져왔는데, 특히 내가 주목하는 것은 치안이다. 당시 선전은 말 그대로 범죄도시였다. 로후에 가면 사람들은 대부분 가방을 앞에 메고 다녔다. 나 역시 로후에서 택시를 기다리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가방 안에 있는 지갑을 털린 적이 있다. 선전 방문 관련 홍콩인들은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자주 가는 사람과 평생 한 번도 안 가 본 사람이다. 전자는 물가도 싸고 안전한 선전에 매력을 느낀다. 반대로 평생 선전 땅...
홍콩에 20여 년을 거주하며 현지 연예인을 목격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한국에 살며 영화에서나 보던 스타들을 홍콩에 와서 직접 보게될 줄이야! 나의 짜릿한 경험들을 공유해 본다. 1. 주윤발 나의 주윤발 목격담은 예전 칼럼 ‘명암이 갈린 홍콩 최고 스타, 성룡VS주윤발’에서 언급된 바 있다. 내가 살던 타이쿠싱 해안 공원에서였다. 검은색 모자와 선글라스, 검은색 운동복 차림으로 맞은편에서 천천히 걸어 오고 있는 그의 모습은 바바리 코트를 걸쳤던 영웅본색의 주윤발이었다. 2주 연속 월요일 오후 5시가 좀 넘은 시...
지난주 칼럼에서는 선전의 경제 특구 지정 배경에 대해 소개하였다. 덩샤오핑은 1978년 11기 3중전회 이후 개혁개방 노선을 추진하면서 광동성의 선전, 주하이, 산터우와 푸지엔성의 샤먼 4곳을 경제특구로 지정했다. 이는 홍콩, 대만 및 해외 화교 자본 유치를 목표로 한 실험적 조치였다.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 - 천윈의 새장 경제론 경제특구는 향후 중국의 개혁개방 성공 여부를 가늠할 실험적 성격을 띠었다. 경제특구 메커니즘은 다음처럼 도식화된다. 먼저 중앙이 정책 목표(개방·성장)를 제시한다. 다음으로 특정 지역에 ...
최근 평일, 주말을 가리지 않고 홍콩 교민의 선전행이 잦아지고 있다. 이것은 홍콩 현지인들도 마찬가지다. 고속철로 불과 십여 분 남짓한 거리에 홍콩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기 때문이다. 가격과 서비스, 상품의 다양성 등에서 선전은 홍콩 대비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 선전을 방문하며 이 도시에 대해 궁금증을 품어본 적은 없는가? 중국에서도 손꼽히는 도시가 된 선전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해 왔는가 하는 것이다. 선전 발전의 배경을 알고 가면 도시가 다르게 보일뿐더러 지인에게 할 얘기도 많아진다. 이에 선전의 성장 ...
오늘은 통계를 통해 홍콩 남녀의 사회적 현황을 살펴 보고자 한다. 2025년 8월 발표된 홍콩 정부 인구 통계국(C&SD)의 최근 자료, 즉 2024년 현황을 기준으로 전년도인 2023년과 비교해 보았다. 1. 인구 통계 – 남녀 중 누가 더 많나? 홍콩 인구는 2024년 말 기준 여성이 4,096,000명, 남성이 3,404,500명으로, 이는 2023년 말에 비해 각각 0.2%와 0.6% 감소한 수치이다. 2024년 여성과 남성의 출생 시 기대 수명은 각각 88.4세와 82.8세(잠정치)다, 이...
그동안 매주 연재해 온 3백여편의 칼럼 작업 중 이번이 가장 고통스러웠다. 쓰는 내내 그 녀석들을 떠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마치 매주 하는 소개팅 중 피하고 싶은 상대를 만나러 나가는 기분이랄까. 하지만 홍콩 생활에서 이 반갑지 않은 이웃을 무시할 수는 없다. 한국민족대백과사전에서는 이들을 ‘약 3억 5,000만 년 전(고생대 석탄기)부터 지구상에 존재해 온 가장 오래된 곤충 중 하나로, 6천6백만 년 전 대멸종 사건도 견뎌낸 강인한 생존자’라 소개하고 있다. 또한 핵전쟁이 일어나도 살아남을 놈들이라 들은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