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현 목사의 생명의말씀] 99년을 사신 어른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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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현 목사의 생명의말씀] 99년을 사신 어른의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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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주위에 가장 나이가 많은 어른은 몇 세이신가요? 지난 5월 24일, 홍콩우리교회에서 큰 잔치가 열렸습니다. 홍태임 권사님의 백수연(白壽宴)이었습니다. 백수연인데 왜 일백 백(百)이 아니라 흰 백(白)일까요? 백(百)에서 하나(一)를 뺀 99세 잔치이기 때문입니다. 자료를 찾아보니 99세 잔치를 100세보다 더 크게 한다고 합니다. 백수연을 계기로, 더 장수하실 것을 기대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가정과 교회. 사회와 국가에 어른이 계심은 큰 축복입니다. 그렇다면, ’어른’이라는 말은 어디서 유래되었을까요? 찾아보니 다음과 같았습니다. 


“어른”은 중세 국어의 동사 “얼우다”에 접미사 -ㄴ이 결합된 “얼운”이 변한 형태입니다. “얼우다”는 “남녀가 몸을 합하다” 또는 “결혼하여 짝을 이루다”는 뜻으로, 생물학적 결합과 사회적 책임을 동시에 내포했습니다. 가족을 이루고, 그 구성원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사회적 성숙의 기준이었음을 반영한 말입니다. 


남녀가 몸을 섞는 일=결혼을 한 사람을 얼운이라고 했습니다. 결혼을 했으니 자기 자신만 아니라 배우자를, 가족을 생각합니다. 자녀를 낳고 양육하며 생명에 대한 책임을 집니다. 그런 사람은 성숙합니다. 누구나 시간이 지나면, 노력하지 않아도 나이 들어 노인이 됩니다. 그러나 어른은 그렇지 않습니다. 지혜와 성숙함, 책임이 동반되어야 어른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는 똑같이 나이 든 사람이라고 해도, 단어를 달리 사용하며 노인과 어른을 구별합니다. 


홍태임 권사님은 어른이십니다. 제가 홍콩에 와서 권사님을 뵐 때마다 큰 감동과 가르침을 받습니다. 언제나 교회와,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가득함을 보기 때문입니다. 홍콩에서 성도들 집을 심방하며, 각 가정이 갖고 있는 기도 제목들. 여러 사연들을 다 알고 눈물로 기도하셨던 이야기를 제게도 많이 들려주셨습니다. 지금 거동이 힘들어 그때처럼 심방을 못하는 것이 안타까워, 언제나 그들을 생각하며 기도하신다는 말씀이 제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홍태임 권사님은 1927년생이십니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점령하고 있던 시대 속에서 태어나셨습니다. 세계사적으로는 찰스 린드버그가 인류 역사상 최초의 대서양 무급유 무착륙 단독 횡단 비행을 성공한 해입니다. 권사님은 우리나라의 독립. 한국전쟁. 망한 나라가 성장하고 발전하며, 지금의 대한민국이 될 때까지 파란만장한 시간들을 온 몸으로 겪으셨습니다. 신앙생활의 역사도 그렇습니다. 선교사들이 들어와서 복음을 전하던 시간부터, 한국교회의 성장. 선교사를 보내는 일들. 더 나아가 권사님 당신 스스로 홍콩이라는 해외서 교회를 섬기며 선교사적인 마음으로 신앙생활을 하셨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단지 문자적으로만 알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을 권사님은 실제로 경험하셨습니다. 그 경험과 삶의 깊이는 책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풍성하고 깊습니다. 인류 역사에서 언제나 장수하는 어른들을 존경하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여야 함을 강조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성경도 이렇게 말합니다. 


“늙은 자에게는 지혜가 있고 장수하는 자에게는 명철이 있느니라.”(욥기 12:12) 


성경은 언제나 장수를 하나님의 복으로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원한다고 장수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생명을 주관하신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주어진 인생을 나만 위해 살지 않고, 하나님의 뜻에 맞게 살도록 힘쓰는 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일이라고 말합니다. 이웃을 사랑하고 베풀며, 언제나 성장하는 어른이 될 때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난다고 가르칩니다. 그래서 장수가 하나님의 복이 되는 것이죠. 


홍태임 권사님의 백수연은 큰 가르침이 되었습니다. 어린이들에게는, 한 세기를 살아오신 어른을 만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습니다. 어른들에게는, 부모님을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부모님이 먼저 떠나신 분은 그리움을. 부모님을 모시는 분은 더 잘 해드려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했습니다. 또한 교회 성도들로서는, 하나님이 주시는 장수의 복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거동이 편치 않아 교회 예배 참석이 어려우신 권사님도, 오랫만에 교회 와서 성도들과 교제하셨습니다. 힘차게 찬양을 부르셨습니다. 

권사님은 백수연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5남매 자녀에게 믿음의 유산 물려준 것 밖에 없습니다. 기도 많이 해주세요” 


겸손하게 이야기하셨지만, 일생을 어렵고 힘든 사람 돕는데 힘쓰셨습니다. 자녀들에게 나누고 베풀라고 가르치셨습니다. 항상 자신의 능력이 아니라 하나님과 타인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고백하셨습니다. 지금도 안경 없이 신문을 보시고, 주보에 나오는 성도들의 상황을 항상 기억하고 기도하시는 권사님. 권사님의 삶은 한 개인의 역사요, 교회의 역사요, 홍콩에 거주하는 한인의 역사입니다. 지금도 홍태임 권사님은 홍콩에 사는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하고 계십니다. 하나님께서 권사님의 기도를 들으시고,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 모두에게 은혜와 축복을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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