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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홍콩의 긴 여름은 끈적거리는 습기와 함께 깊어갔다. 영준이 '해피 호텔'의 이층 침대 위에서 눈을 뜬 지도 벌써 석 달이 지났다. 인턴일은 생각보다 단순했고 매일 배움과 연습이 반복됐다. 처음의 설렘은 빠듯한 생활비 계산 속에 묻혀버렸다.
"영준, 오늘 점심은 어떡할 거예요?" 희진이 출근길 MTR 역 앞에서 물었다. 그녀의 얼굴은 처음 도착했을 때보다 눈에 띄게 핼쑥해져 있었다. "편의점에서 식빵 한 봉지 샀어요. 회사 탕비실에 있는 잼 발라 먹으려고요." 영준이 씁쓸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물가 높은 홍콩에서 인턴십 월급 5,000홍콩달러는 숨만 쉬어도 사라지는 마법 같은 돈이었다. 사실 매달 마이너스여서 가지고 온 돈을 더 쓰고 있었다.
반면, 워킹홀리데이로 온 기영과 명호의 상황은 조금 달랐다. 한인 식당에서 워홀러로 일하는 그들은 식당 측에서 제공하는 아파트 숙소에서 지내며 끼니도 식당에서 해결했다. 월급 또한 6,500달러로 영준보다 높았기에, 그들은 매달 착실히 저축까지 하고 있었다. 가끔 단체 카톡방에 올라오는 그들의 고기 회식 사진은 영준에게 부러움과 박탈감을 동시에 안겨주었다.
하지만 3개월 차에 접어들 무렵부터 기영과 명호의 카톡 메시지 톤이 급격히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기영]: "영준아, 진짜 못 해 먹겠다. 부주방장이 오늘 또 숙소에서 소리를 지르네. 한국 사람끼리 이러는 게 더 서럽다."
시작은 부주방장의 폭언이었다. 주방이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한국 사람들끼리는 군대 문화가 이어졌고, 서툰 실수는 곧장 심한 말로 돌아왔다. 명호의 메시지는 더 충격적이었다.
[명호]: "야, 너희는 A식당 음식 먹지 마라. 그쪽 워홀러한테 들어보니까 원가 아낀다고 유통기한 간당간당한 재료들 그냥 쓴대. 양심에 엄청 찔려서 못 있겠대."
평소에 자기 식당 칭찬하며 좋은 소식만 전하던 두 워홀러에게 노동은 단순한 경험이 아니라 생존의 시간이었다. 대부분의 식당 사장님들은 워홀러들을 자식처럼 대하면서 잘 챙겨주지만 간혹 일군으로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무엇보다 영준을 당황하게 만든 건 차별에 대한 이야기였다. 워홀러들이 일하고 있는 여러 한국 식당에는 동남아와 서남아시아 등 개발도상국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들도 함께 일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몇몇 사장과 한국인 관리자들은 그들을 인격적으로 대우하지 않았다.
한국어로 내뱉는 멸시 섞인 말투와 비하 발언들이 자주 들린다는 것이다. 영준은 카톡으로 전해지는 그들의 슬픈 외침을 보며, 자신이 겪는 어려움보다 더 깊은 홍콩의 어두운 이면을 마주하고 있었다.
영준은 창밖의 화려한 센트럴 빌딩 숲을 바라보았다. 누군가에게는 기회의 땅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감옥보다 좁은 방과 폭언이 난무하는 일터일 뿐이었다. 퇴근길, 영준의 핸드폰 진동이 다시 울렸다.
[기영]: "영준아, 우리 오늘 밤에 좀 만날 수 있을까? 진짜 다 그만두고 한국 가고 싶다..."
영준은 답장을 쓰려다 멈췄다. 낡은 호텔 방의 에어컨 소리가 오늘따라 비명처럼 날카롭게 들려왔다.

다음 주 '홍콩 워홀러의 외침 4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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