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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에서 배우는 생활한자 97 _ 等

기사입력 2021.07.07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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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속 물체는 홍콩의 횡단보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보행 신호기입니다. 횡단보도가 빨간불일 때 신호기의 버튼을 누르면 잠시 후 파란불이 켜집니다. 

    가끔은 횡단보도에서 기다리는 보행자들이 다들 서로가 눌렀을 것이라고 생각해서인지 아무도 버튼을 누르지 않아 모두가 오랫동안 신호를 기다리게 되는 경우도 생기곤 합니다.

    버튼을 누르면 나타나는 붉은 색의 안내 문구는 기다려 달라는 의미의 請等候(청등후)입니다. 한자 밑에는 영어로 “Please wait” 이라고 쓰여 있는데 請(청할 청)이 please라는 뜻이니 等候(등후)가 wait임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等候(등후)의 等(등)과 候(후)는 여러 가지 뜻을 갖고 있는 글자들인데 여기서는 둘 다 기다린다는 뜻으로 쓰였습니다. 

    이름을 붙여 보자면 기다릴 등, 기다릴 후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중국 영화나 드라마를 보다 보면 잠깐만 기다리라는 뜻의 “덩이샤(等一下, děngyīxià)”라는 말이 종종 나오는데 여기에서도 等(등)이 기다린다는 뜻으로 쓰이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중국어와는 달리 한국어에서는 等(등)이 기다린다는 뜻보다는 무리, 같음, 등급 등의 의미로 주로 쓰입니다. 

    양쪽의 두 식이 같음을 나타내는 수학 기호인 등호(等號), 지도에서 높이가 같은 지점을 이어 놓은 선인 등고선(等高線), 첫 번째 등급을 뜻하는 일등급(一等級) 등이 等(등)이 쓰인 좋은 예입니다. 

    앞 문장에서도 ‘무엇무엇 등이’ 라고 할 때에 또 等(등)이 쓰였네요. 이렇게 비슷한 종류의 것을 한 데 뭉뚱그려 이야기할 때 사용하는 표현인 등등(等等)에서도 等(등)을 볼 수 있습니다.

    等은 대나무 죽(竹) 아래에 절 사(寺)가 있는 모양입니다. 이 한자가 만들어지던 먼 옛날에는 절 사(寺)가 절이 아니라 관청이라는 뜻으로 쓰였다고 합니다. 

    당시 관청에서는 대나무(竹)로 만들어진 서류인 죽간(竹簡)을 종류별로 분류하여 정리하는 작업을 했기 때문에 죽(竹)과 사(寺)가 합쳐진 등(等)이 종류, 무리, 등급 등의 의미를 갖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두 글자의 뜻과 뜻이 합쳐져 만들어진 새로운 한자를 회의자(會意字)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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