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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하드웨어를 복제해도 그 도시가 또 다른 ‘홍콩’이 될 수는 없을 것”
지난 3월 8일 부임해 홍콩 부임 100일을 맞은 전옥현 주홍콩 총영사가 수요저널과 인터뷰를 가졌다. 전 총영사는 “홍콩에는 홍콩만의 장점과 메리트가 있어 중국으로의 관문인 홍콩의 역할을 잘 활용한다면 우리 기업이나 한인 상사들이 큰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는 등, 홍콩의 향후 장래를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전옥현 총영사의 100일 소감, 그가 바라본 오늘의 홍콩, 그리고 그가 전망하는 홍콩의 내일을 들어봤다.
수요저널 : 부임 100일 맞았는데 홍콩의 첫 인상은 어땠습니까? 홍콩에 오셔서 가본 곳 중 가장 인상 깊었던 곳, 이제까지 드신 음식 중 가장 맛있었던 홍콩 음식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아이도 생후 1백일이 일생의 첫 걸음 떼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시기이듯, 부임 후 1백여 일 간 홍콩의 정치, 경제, 문화, 언론계 인사들을 만났고, 또 가능한 많은 교민 여러분들과 만나 고견을 청취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부임 이전부터 익히 알고 있던 것이기는 했지만, 홍콩은 그야말로 역동적인 국제적 경제 금융과 문화 예술의 중심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경쟁하듯 올라선 센트럴의 마천루 빌딩숲과 페리들이 바삐 오가는 빅토리아 하버는 그런 역할을 하는 홍콩을 실제로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얼마 전 개최된 홍콩아트페어에서 한국 미술이 호평을 받았고, ATV와 TVB에서 30여 편에 달하는 한국 드라마가 인기리에 방영되고 원더걸스의 Nobody 가 가요차트 1위에 랭크되는 등 문화 허브 홍콩에서의 우리 대중문화의 활약도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만나 뵈었던 우리 홍콩 교민 여러분들도 참으로 따뜻하고 좋은 분들로 기억합니다. 홍콩 교민사회가 비교적 규모는 작지만 다른 해외동포사회의 모범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평가합니다. 한 분 한 분 모두 성공적으로 홍콩사회에 안착하시어 사업과 자녀교육 등에 열심히 노력하시고 계셨고, 특히 남을 배려하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기 위해 기부문화에 앞장서시는 것을 보고 감명을 받았습니다. 특히, 한국국제학교에서의 월드컵 공동응원이나 5.28 한마음 가족 야유회 등은 우리 교민사회의 단합된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홍콩 음식 중에는 딤섬과 애프터눈 티가 인상적이었습니다만, 홍콩에서 접한 우리 한식도 참 맛이 있었습니다. 특히, 홍콩에서 우리 영화와 드라마가 크게 히트하면서 홍콩 내에서의 우리 한식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압니다. ‘한식 세계화’에 맞추어 총영사관 차원에서도, 국경일 행사시 한식을 소개하는 등 홍콩진출 관계기관 및 우리 한식당들과 함께 한식을 홍콩민들에게 적극 알려나가는 노력도 함께 하고자 합니다.
수요저널 : 앞으로 가장 중점을 두고 진행할 업무는 어떤 것입니까?
부임 후 백일간의 노력을 기반으로 앞으로 훌륭하신 교민 여러분들과 함께 보다 발전된 홍콩 교민사회를 만들어 나가며 한-홍콩 관계의 전반적 발전, 경제 금융 교류, 우리 문화 소개 등 역할을 해 나가고자 합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린다면, 첫째, 홍콩은 우리의 4대 수출시장이자 2대 무역 흑자시장입니다. 홍콩 진출 우리 기업들의 경제 통상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7.8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인 한-홍콩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같은 민간 차원의 교류를 보다 활성화시켜 한-홍콩간 경제 통상 협력을 강화해 나가고자 합니다.
둘째, 세계적 금융 중심지인 홍콩에서 국익차원의 다양한 금융관련 뉴스와 정보들을 파악하고 분석하여 국제적 금융상황에 정부가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하고자 합니다. 셋째, 한류의 진원지이자 한류 실크로드의 중심이라 할 수 있는 홍콩에서 우리 문화를 알리고 한식 세계화를 추진하여 우리 국가 브랜드 가치 제고에 기여코자 합니다.
넷째, 홍콩 정부도 환경개선 프로그램이나 저탄소 경제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만, 우리 정부의 21세기 성장 전략인 ‘저탄소 녹색성장 발전전략’이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한국기업들의 홍콩의 관련 사업 참여 및 한-홍콩간 관련 분야 교류와 협력 강화를 중점적으로 추진코자 합니다.
수요저널 : 상하이 등 중국 도시들의 약진과 더불어 무역 중심지, 금융 중심지로서 홍콩의 위상이 추락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은 홍콩인 뿐만 아니라 홍콩에 생활기반을 두고 있는 한인들도 마찬가지일 듯 합니다. 향후 홍콩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궁금합니다.
홍콩의 가장 큰 장점은 청렴하고 투명한 시스템입니다. 개방적인 사회 분위기, 청렴하고 효율적인 정부, 낮은 세율과 노동시장의 유연성, 자유로운 자금의 흐름 등으로 대표되는 세계 최고수준의 비즈니스 환경은 단기간에 모방이 불가능한 사회 인프라입니다. 다른 지역에 홍콩과 똑같은 건물, 도로, 항구 등 ‘하드웨어’를 그대로 복제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도시가 또 다른 ‘홍콩’이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G2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경제는 복수의 무역, 금융 허브를 충분히 포용할 만큼 규모가 커질 것으로 봅니다. 따라서, 홍콩은 상하이와 더불어 금융과 무역의 허브, 그리고 중국진출의 관문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 나갈 것으로 확신합니다.
특히, 최근 정치개혁 법안이 입법회를 통과하였습니다만, 이런 홍콩민들의 정치개혁 노력과 결과들은 향후 홍콩 경제의 지속적 발전을 뒷받침하는 정치 사회 안정의 초석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일국양제(一國兩制)’라는 큰 방향과 G2로 급속 발전하는 중국이라는 거대한 바탕은 홍콩 자체가 가진 우수성, 다양성과 함께 홍콩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수요저널 : 주장삼각주 개발, 통합에 많은 한인들이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한인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한인 기업들이 향후 홍콩에서 어떤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시는지요?
홍콩은 중국과의 전면적인 경제통합을 통해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습니다. 2003년부터 발효된 중국과 홍콩의 경제긴밀화협정(CEPA)으로 홍콩은 중국시장에 대한 무관세 수출과 서비스 산업 진출의 우선적 기회를 누리고 있습니다. 또한, 2009년 1월 중국정부는 홍콩, 마카오, 광둥성을 포괄하는 범주장삼각주경제권을 2020년까지 세계적인 광역도시권으로 육성하기 위한 비전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금년 4월에 홍콩과 광둥성간 ‘협력기본합의서’가 체결됨으로서 향후 경제통합의 ‘폭’이 확대되고 ‘속도’는 가속화될 것입니다. 아울러, 홍콩 정부가 교육 서비스, 의료 서비스, 시험·인증, 환경산업, 기술혁신, 문화·창조산업 등 6대 분야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을 종합해 볼 때, 향후 홍콩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화두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내수시장 진출의 관문으로서 중요성이 부각될 것입니다. 녹색산업과 첨단 제조업 분야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는 한국기업은 중국시장에 대한 네트워크와 유통망, 세계 최고수준의 비즈니스 인프라를 보유한 홍콩을 발판으로 효과적으로 활용한다면 중국 내수시장 진입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수요저널 : 교민수의 증감 또한 교민사회에서 민감한 이슈입니다. 현재 많은 상사들이 거점을 중국으로 옮겨 홍콩 교민 수가 줄어든다는 말들을 하곤 합니다. 교민 수에 실제 변동이 있는지, 이것을 경향적 감소라고 봐야 할지 고견 부탁드립니다.
현재 홍콩체류 우리 국민은 약 1만2천명 정도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이 통계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 이후 우리 지상사와 금융기관 주재원들의 일부 철수로 다소 감소한 것으로 판단되나, 이는 홍콩거주 전체 우리 국민 규모에 비해 미미한 것으로 추세적 감소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또한, 홍콩의 주택과 사무실 임차료와 물가가 비싼 반면, 선쩐 등 홍콩 인근 중국 남부 도시들의 경제 발전과 생활여건 개선으로 인해 인근 지역으로 이주하시는 교민들도 계신 것으로 들었습니다만, 이 역시 홍콩이 세계적 금융, 물류, 관광 중심지의 역할을 유지하고 있고 교육과 치안 환경이 우수하여 인근지역으로의 이주로 인한 교민 수 감소도 추세적 감소로 보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단합니다.
다만, 현지 정부에 의해 홍콩과 선쩐, 홍콩과 광둥성 간 협력 확대 및 거대도시 추진 등 계획도 마련되고 있는 바, 우리 총영사관 차원에서도 장기적으로 이런 행정적 변화에 대비하여 대 교민 서비스를 확대, 개선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수요저널 : 향후 한-홍 교류, 특히 인적교류 분야에 있어 추진하고 있는 일들이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과 홍콩 양 지역 국민간 상호 방문자 수는 2008년 1백만 명을 돌파하였고, 2009년 경제위기의 여파로 70만 명 수준으로 감소하였으나, 홍콩인들의 한국 방문은 오히려 증가하여 2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올해는 다시 08년도의 1백만 명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특히, 지난 4월 홍콩에서도 한국방문의 해 선포식 행사가 개최되었읍니다만, 올해 부터 국내에서는 ‘2010-2012 한국방문의 해’ 행사가 시작되어 전국적으로 다채로운 해외 관광객 유치 행사가 개최되고, 11월에는 우리가 세계의 가장 영향력 있는 국가들의 모임인 G20의 의장국으로서 서울에서 G20 정상회의를 개최하게 됩니다.
또한, 4년 만에 재개된 한-홍콩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서울 개최시 홍콩 경제계 인사들의 방한과 함께 홍콩 교육부 장관과 총장단 등 홍콩 주요 인사들의 방한이 예정되어 있고, 무안 개최 F1 그랑프리 대회 등 각종 문화, 스포츠 행사에도 일반 홍콩민들의 관심이 높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여러 좋은 기회들을 활용하여 한-홍콩간 전면적 교류 확대를 추진코자 합니다.
수요저널 : 한-홍콩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 체결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들었는데요. 현재 진행상황을 알려주십시오.
한국과 홍콩간 ‘워킹 홀리데이’ 프로그램 협정 추진은 한-홍콩간 관계 발전이 정치, 경제, 문화를 넘어 보다 전방위적으로 성숙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합니다. 이 프로그램이 체결되면 한-홍콩 청소년들간 상호 문화 교류 및 이해 증진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것이며, 청소년 교류의 활성화는 한-홍콩 관계의 미래 지향적인 발전의 사과나무를 심는 것만큼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다고 봅니다.
이 ‘워킹 홀리데이’ 협정은 2009년 2월 홍콩 행정수반으로는 10년 만에 서울을 찾았던 도널드 창(Donald Tsang) 홍콩 행정수반 방한 이후, 올해부터 본격적인 협의가 시작되었으며, 현재는 협정 문안 내용을 조율하고 있습니다. 가능한 금년 중 체결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으며,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총영사관 차원에서 적극 노력하겠습니다.
수요저널 : 중국인들의 혐한이 사회적 이슈가 되곤 합니다. 혐한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중국, 홍콩에 있는 한인 교포들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혐한’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또 한인들이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요?
한중간에는 과거 역사문제를 둘러싼 네티즌간 논쟁을 비롯해 역사인물과 최근에는 김칫독 문제까지 이슈가 되어 왔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는 한중관계가 수교 18년 만에 무역규모면에서 중국이 한국의 최대 무역대상국이자 한국은 중국의 3대 무역대상국, 투자규모 면에서 중국이 우리의 최대 투자대상국에 오르고, 우리 인구 10명중 1명이 매년 중국을 오갈 정도로 급속한 발전을 이루어낸 상황에서 생겨난 현상이라는 점에 유의해 봐야 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논쟁이나 문제가 한중관계의 큰 흐름을 왜곡할 정도는 아니지만, 한중, 한-홍콩 관계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한 것인 만큼 항상 주의하고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중국을 보다 많이 이해하고 계신 중국 및 홍콩 체류 우리 국민으로서 작은 문제에 집착하여 이를 확대하기 보다 한중간, 한-홍콩간 관계 발전이라는 미래지향적 큰 흐름 속에서 보다 우호적이고 긍정적인 면에 더 관심을 갖고 상호 육성해 나가는 노력이 요구된다고 하겠습니다.
다만, 우리 스스로가 혹시라도 해외에서 어글리 코리안으로 혐한 감정 유발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중국 뿐 아니라 해외에서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나라를 대표하는 외교관이라는 생각을 가질을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현지 사회의 법과 관습을 존중하는 동시에 한국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정체성을 갖고 함께 노력해 나간다면 개개인은 물론 대한민국이라는 국가 브랜드 가치의 국제적 위상도 함께 높여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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