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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 자살.태풍 피해로 우울한 한가위 - ‘칸쿤 訃音’속 막심한 태풍 피해 등으로 명절 기분 실종

기사입력 2003.09.16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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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추석 명절은 ‘3천만 귀향’의 민족 대이동으로 들뜬 분위기 속에 시작됐으나 ‘농민 자살’ 소식과 막대한 태풍 피해 등 우울한 소식이 이어지면서 하루건너 내리는 비로 찡그러진 둥근달처럼 국민들의 표정도 그다지 밝지 못했다. 멕시코 칸쿤에서 농민 지도자 이경해씨가 자살한데다 사망.실종자만 100명을 넘어선 14호 태풍 ‘매미’의 피해 소식, 또 태풍 북상으로 시.군 관계자들이 비상근무에 나서고 앞당겨진 귀향객들의 귀경 전쟁, 농민들의 장탄식 등 가슴 저리는 소식들이 속보 등으로 TV 뉴스를 독차지한 때문이다. 원전 센터 유치 문제로 두 달 넘게 갈등을 빚어온 전북 부안에서는 부안성당에 은신해 있는 '핵반대' 대책위 관계자들과 7천500여명의 경찰이 차례도 지내지 못한 채 우울한 추석을 보냈다. 지난 해 태풍 루사로 집을 잃은 강원도 강릉과 삼척 등 동해안 주민들은 이번 추석에도 보금자리를 마련하지 못해 2년째 5.5평짜리 비좁은 컨테이너에서 차례를 지냈다. 경남지역은 남해안 적조의 재확산으로 전날 통영과 남해에서 참돔과 우럭 등 어류 22만여 마리가 집단 폐사하자 일선공무원들이 추석연휴를 반납하고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전남지역 도서를 찾은 대부분 귀성객들도 태풍으로 여객선 운항이 중단될 것을 우려, 조기 귀경을 서두는 바람에 목포와 여수, 완도 등지의 여객선터미널이 오후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특히 전국의 대다수 국민들은 이날 오전 7시 TV와 라디오 뉴스에서 멕시코 휴양지 칸쿤에서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항의 집회에 참석중이던 이경해(56) 전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이하 한농연) 회장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침울한 분위기속에서 추석 명절을 맞았다. 이 전 회장은 10일 낮 1시30분(한국시간 11일 새벽 3시30분) 칸쿤 시내에서 한국 농민대표와 시민단체 관계자 150여명을 포함해 각국에서 모인 1만여 명의 시위대와 함께 WTO 도하개발아젠다(DDA) 협상 반대를 외치며 회의장으로 진입을 시도하던 중 흉기로 왼쪽 가슴을 찌른 뒤 시내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출혈 과다로 숨졌다. ‘칸쿤 비보’를 접한 전북 장수군의 한농연 관계자들과 가족과 친지, 이웃 등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침통해하며 이씨의 장례 문제를 논의하느라 명절도 잊은 채 바쁜 하루를 보냈다. 민주당, 한나라당, 자민련 등 여.야 정당들은 한 목소리로 이 전 회장의 희생에 조의를 표하면서 그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협상력을 발휘해 한국 농민들의 이해를 반영해야 한다고 정부에 촉구하고 나섰다. 농림부는 이 전 회장의 자살로 향후 농민정책 수립이 한층 난항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언론들은 전하고 있다. 이 전 회장의 자살 사건은 대외적으로 우리 농업과 농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알리고 개도국 지위 유지를 주장하는 정부의 협상력을 강화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평가되지만 대내적으로는 농민들의 반발을 결집시키고 촉진시킬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상 당국도 이씨의 죽음이 WTO DDA 협상이나 통상정책에 미칠 영향에 대해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수석대표 석명에서 "정부 대표단은 우리 농업의 어려움과 농민들의 우려가 협상 결과에 반영되도록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 멕시코 현지에 와 있는 농민들은 냉정한 자세로 이번 회의의 진행을 지켜 봐 달라"고 당부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편 WTO 각료회의는 폐막을 하루 앞둔 13일 개도국 지위를 인정받는 국가에 대해서도 농산물 관세를 대폭 내리도록 하는 각료 선언문 초안을 마련했다. 핵심 쟁점인 농산물 시장 접근 조항의 선언문 초안은 관세인하 방식과 관련해 개도국에 대해 최소한의 감축률을 인정받는 특별품목(SP)과 일정 비율의 농산물만 제외하고 급격한 관세인하가 이뤄지는 스위스 공식(높은 관세를 더 많이 감축해 일정 수준 이하로 감축하는 방식)을 적용하거나 5% 이하의 저관세를 적용토록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초안이 최종 채택되면 향후 협상에서 개도국 지위 유지가 어려운 것으로 전망돼 온 한국 등 주요 농산물 수입국 10개국(G-10)은 추후 개도국 지위가 인정되더라도 일부 품목만 제외하고는 점진적인 관세인하 방식인 UR방식(평균, 최소 감축률)을 적용 받을 여지가 없어지게 됐다. 또 UR방식을 적용받는 품목에 있어서도 저율관세의 무수입량(TRQ) 조항 때문에 관세인하와 수입량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은 선.후진국 모두 UR방식 관세인하를 받는 농산품에 적용되는 TRQ를 삭제하려했으나 관철시키지 못했다. 초안대로라면 100%가 넘는 고관세가 넘는 농산품이 142개 품목이나 갖고 있는 한국으로서는 개도국 지위 유지 방침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향후 협상에서 UR 방식을 적용받을 수 있는 비율을 최대한 늘리고 쌀을 비롯한 우리의 농업에 있어 매우 중요한 품목은 SP에 포함시켜야 하는 난제를 안게 됐다. 아울러 대부분 농산품의 관세가 대폭 인하돼 전면적인 농업시장 개방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가 개도국 지위를 얻지 못하고 선진국 관세인하 방식을 적용받는 가운데 NTC 조항마저 설정되지 않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다면, 내년 말 시한으로 재협상을 해야 하는 쌀 시장은 전면개방에 직면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을 것으로 우려된다. 더욱이 우리정부가 선진국에 적용되는 농산물 관세인하 방식을 따를 경우 NTC 조항이 포함돼도 대부분 농산품이 관세 상한선에 TRQ 증량을 받아들여야 하거나 스위스 방식에 따른 관세율 대폭 인하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추곡 수매제에 영향을 주는 감축보조(AMS) 규정에 있어서도 초안이 특정 품목에 보조금 지급을 집중할 수 없도록 상한선을 설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의 농업보조금 형태가 쌀에만 95%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상당한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진 것으로 분석된다. 허용 보조 부문도 22개 개도국 농산물 수출국 그룹(G-22)의 주장에 밀려 앞으로 본격 협상해야할 대상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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