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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나무들의 숲을 지탱해주는 힘 - 홍콩우리교회 서현 목사

기사입력 2026.10.08 1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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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에는 세계에서 가장 키가 큰 나무들이 자라는 ‘레드우드 국립·주립공원’이 있습니다. 이곳의 대표적인 수종인 코스트 레드우드(Coast Redwood)는 수백 년에서 길게는 2천 년 가까운 세월을 살아갑니다. 그중 큰 것은 높이가 100미터를 훌쩍 넘어, 도심의 아파트 30층 높이에 달하기도 합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나무들은 태평양에서 불어오는 거센 비바람 속에서 어떻게 그 높이를 지탱할까요? 지상으로 높이 솟아오른 만큼, 아주 깊은  땅속까지 굵고 곧은 뿌리를 내렸을 것이라 짐작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땅속 깊숙이 내려가는 곧은 주근(主根) 대신, 놀라울 만큼 얕은 토양층에서 옆으로 수십 미터씩 넓게 뻗는 뿌리 체계를 발달시킵니다.


    한 나무의 뿌리는 주변의 또 다른 뿌리와 서로 단단하게 얽히며 나무의 안정성을 높입니다. 서로의 뿌리를 잡아주며 서 있는 모습은, 이웃과 공동체의 도움 속에서 삶의 모진 비바람을 견뎌내는 삶의 비밀을 말해주는 듯 합니다.


    우리는 흔히 홀로 우뚝 서서 자신의 능력과 의지만으로 모든 비바람을 견뎌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홍콩에서 사는 우리는 겉으로는 높고 화려한 빌딩 숲 속에서 꿋꿋하게 자리잡고 사는 듯 보입니다. 그러나 인생의 예기치 않은 폭풍과 외로움 앞에서 우리는 막막함을 느낄 때가 적지 않습니다. 땅 밑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서로의 뿌리를 얽어매고 단단히 붙잡아 주는 따뜻한 이웃과 공동체가 곁에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쓰러지지 않고 다시 내일을 향해 자라날 수 있습니다.


    지난 10월 3일 토요일, 홍콩우리교회는 지역 사회와 교민들을 섬기기 위한 바자회를 열었습니다. 준비하는 손길부터 발걸음을 해주신 분들까지, 참으로 많은 분들의 따뜻한 사랑과 정성이 한데 모였습니다. 성도님들이 기쁨과 땀방울로 정성껏 음식을 마련하였습니다. 생각보다 정말 많은 분들이 방문해주셔서 은혜와 감사 가운데 풍성하게 바자회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물품이나 음식을 나누는 자리를 넘어선 시간이었습니다. 고단한 이민 생활 속에서 잠시 걸음을 멈추고 서로의 안부를 묻고 따뜻한 눈빛을 나누는 ‘연결의 시간’이었습니다. 찾아와 주시고 한마음으로 격려해 주신 모든 교민 여러분께 지면을 빌려 머리 숙여 깊은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바자회를 은혜 가운데 마친 홍콩우리교회가 이번 주일(10월 11일), 또 하나의 뜻깊고 감사한 시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바로 ’권사 임직식’입니다.


    한국 교회에서 사용하는 ‘권사’라는 직분명에는 ‘권할 권(勸)’ 자가 들어 있습니다. 교우와 이웃을 사랑으로 권면하고 위로하며, 지치고 낙심한 이들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는 섬김의 직분이라는 뜻입니다. 권사는 교회에서 높은 자리에 오르거나 권위를 내세우는 직분이 아닙니다. 코스트 레드우드 숲의 땅 밑에서 주변 나무의 뿌리를 묵묵히 붙잡아주듯, 보이지 않는 곳에서 겸손히 무릎 꿇고 눈물로 기도하며 성도들의 아픔을 어루만져 주는 영적인 어머니의 자리입니다. 외롭고 지친 이들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을 건네고, 흔들리는 이들의 손을 가만히 쥐어주며 “괜찮습니다, 힘내세요” 하고 속삭여 주는 기도의 기둥입니다. 궁핍하거나 환난을 당한 교우들을 찾아가 주님의 평안을 전하는 거룩한 통로입니다. 또한, 어려움을 당한 이웃의 형편을 돌아보며 사랑을 베푸는 역할을 하는 직분입니다. 


    이번 주일 열리는 권사 임직식은 단순히 직분을 맡기는 예식을 넘어, 우리 교회가 가진 사랑의 뿌리가 더욱 넓고 단단해지는 축제의 시간입니다. 묵묵한 눈물과 헌신으로 교회를 지켜온 분들이 하나님의 위로와 격려의 도구로 공식적인 부르심을 받는 거룩한 자리입니다. 홍콩우리교회가 세워지고 처음 하는 임직식입니다. 적은 수의 사람들이 모이는 모임에서 조금씩 함께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이제 사람을 세우는 일에 첫걸음을 내딛는 시간입니다. 


    오셔서 새로운 직분자들을 함께 축복해 주시고, 따뜻한 격려와 축하의 인사를 나누어 주시면 더없는 기쁨이 되겠습니다. 여러분의 축하와 발걸음은 임직하시는 분들에게는 든든한 용기가 되고, 함께하는 우리 모두에게는 새로운 희망과 위로가 될 것입니다. 우리교회만의 잔치가 아니라, 좋은 일을 함께 나누는 한인사회의 잔치가 되면 좋겠습니다. 


    홍콩우리교회는 언제나 홍콩에 거주하시는 모든 한인 여러분의 편안한 영적 안식처이자, 삶의 비바람을 함께 맞서며 견뎌내는 따뜻한 숲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번 10월 11일 주일, 기쁨과 감사가 가득한 임직식 예배에서 여러분을 반갑게 뵙기를 기대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 가운데 타종교인이시거나 무교이신 분들도 한인 커뮤니티의 행사 중 하나로 함께 기뻐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조금씩 서늘해지고 있습니다. 모두 건강 유의하십시오. 여러분을 언제나 응원합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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