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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경제칼럼] 호르무즈 200만 달러 통행료의 역설 — 작동하지 않는 지정학적 수익 모델 - 박완기 홍콩법정변호사
기사입력 2026.03.25 21:35
지난주 칼럼에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통과의 조건으로 위안화 결제를 내걸며 발생할 계약법적 파장과 다국적 기업들이 직면할 ‘후발적 위법성’의 딜레마를 짚었다.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사이 해협의 군사적 긴장은 훨씬 더 노골적인 상업적 징수 시도로 진화했다. 이제 이란은 통화 전쟁을 넘어 해협의 통행 자체를 조건부 수익 모델로 전환하려 시험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의 보도에 따르면 이란 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상선들에 척당 최고 200만 달러의 통행료를 요구하고 있다. 중개인을 통해 현금이나 암호화폐로 대금이 납부되면 IRGC가 VHF 무선과 AIS(선박자동식별장치)를 확인해 통과를 승인하는 방식이라는 점도 전해졌다. 이후 이란 정치권은 이 비공식 징수를 사실상 공개적으로 끌어올렸다.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 소속 알라에딘 보루제르디는 3월 22일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전쟁에는 비용이 따르므로 통과 선박에 통행료를 징수해야 한다”고 말했고, 테헤란 의원 소마예 라피에이는 통항국에 ‘보안세’를 부과하는 입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비공식 징수에서 정치적 공인, 다시 입법 시도로 이어지는 이 사다리는 지금의 조치가 안정된 상업 관행이 아니라 위기 국면에서 밀어붙이는 국가 주도의 강제 징수임을 더 선명하게 보여준다.
그러나 이 통행료 모델이 이란의 의도대로 전면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로이드 리스트 인텔리전스 데이터에 따르면 3월 1일부터 15일 사이 이 해협을 통과한 선박은 16척의 유조선을 포함해 약 90척에 불과했고 이는 평상시 2주간 300~400척 이상이 지나던 것에 비해 70~80% 급감한 수준이다. 이후 상황은 더 악화됐다. S&P 글로벌은 3월 9일 통과 선박이 단 3척에 그쳤다고 전했고 분쟁 이후 호르무즈 선박 통행량 감소 폭은 약 94%로 집계됐다.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과 아락치 이란 외무장관 간의 직접적인 외교 교섭을 통해 예외적으로 통항을 허가받은 인도 유조선(Pushpak, Parimal 등)이나 동맹국 선박을 제외하면 실제 200만 달러를 지불한 상업 선사는 극소수에 그쳤다. 즉, 현재의 통행료 요구는 정착된 상업적 선례라기보다는 시장의 한계 상황을 타진해 보는 극히 위험한 신호에 가깝다.
그럼에도 이 신호가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은 치명적이다. 업계 표준 데이터로 인용되는 클락슨 리서치와 보험 중개사 마쉬 등의 보고에 따르면 이 해협을 지날 때 초대형 원유운반선(VLCC)의 항차 단위 전쟁위험 추가보험료는 선박 가치의 최대 5%까지 치솟을 수 있고, 중동-중국 노선의 단기 스팟 용선료 역시 일일 호가가 80만 달러까지 폭등했다. 이처럼 기간 비용(보험료), 일일 비용(용선료), 여기에 건당 200만 달러의 불법 통행료까지 삼중고가 겹겹이 쌓이면서 한계 수송 비용은 원유와 LNG 가격을 통해 전 세계 소비자에게 사실상의 ‘글로벌 지정학세’로 전가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파티 비롤 사무총장은 3월 23일 “이번 에너지 위기는 1970년대 두 차례 오일 쇼크를 합친 것보다 더 크다”고 경고했다.
국제 상사 및 해양법 관점에서 여기까지 읽히는 이란의 행위는 결코 합법적 통행료가 될 수 없다. 이는 유엔해양법협약(UNCLOS) 제38조가 강하게 보장하는 통과통항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것이며 국가 행위자인 IRGC가 주도한다는 점에서 협약 제101조의 사적 해적행위로 분류되지는 않더라도 실질은 국가 차원의 강박에 의한 불법 징수에 가깝다. 설령 이란이 국내 입법을 통해 ‘보안세’의 형식을 갖춘다 해도 자국법으로 국제해협에서의 통과통항권 침해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오히려 국내법을 통한 합법화 시도는 지금의 징수가 국제조약 질서와 충돌하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더 분명하게 드러낼 뿐이다.
이란의 이러한 불법적 해협 통제 시도는 단순히 법적 문제를 넘어 글로벌 에너지 공급 구조에 심각한 균열을 일으켰다. 해상 수송로가 막히며 국제 유가가 치솟자 미국 역시 복합적인 정책 딜레마에 빠지게 되었다.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은 3월 19일 Fox Business 인터뷰에서 공급 충격을 막기 위해 이란의 제재 회피성 원유 흐름을 일정 부분 용인할 수밖에 없음을 내비쳤고 미 재무부는 바로 다음 날 해상에 있는 이란산 원유와 석유제품에 대해 30일짜리 일반 면허(General License)를 내놨다. 보도에 따르면 그 대상 규모는 거의 1억 4,000만 배럴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베센트가 설명한 논리는 간단하다. 이란의 배럴을 시장에 풀어 유가를 누르되 그 수익은 여전히 금융 제재망 안에 묶어두겠다는 것이다. 최대 압박과 공급 안정이 같은 문장 안에 공존하는 이 장면은 미국 정책의 자기모순을 필자의 수사가 아니라 사건의 연쇄 자체로 입증한다.
외교적 해법의 전망도 밝지 않다. 중요한 것은 정권 교체의 세부 절차보다 새 지도부가 출범과 동시에 해협 통제를 협상 카드가 아니라 전략 자산으로 재확인했다는 점이다. 모즈타바 하메네이는 최고지도자 취임 직후 “호르무즈 해협 봉쇄 레버는 반드시 계속 활용해야 한다”고 선언했고 그 순간 외교의 공간은 넓어진 것이 아니라 더 좁아졌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이 독자에게 닿는 순간 또 하나의 임계점이 눈앞에 와 있다. 트럼프는 3월 21일 밤 호르무즈를 48시간 안에 완전히 개방하지 않으면 이란의 발전소들을 타격하겠다고 위협했고 이란 측은 미국이 에너지 시설을 공격할 경우 중동 내 미국 관련 에너지 인프라를 보복 대상으로 삼겠다고 맞섰다. 이로써 문제는 단순한 해상 통행료 분쟁이 아니라 에너지 인프라 상호 타격 위험을 내포한 정면 대치로 한 단계 더 올라섰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해운업계는 이란이 강요한 선택지 앞에서 이미 행동으로 답을 내렸다. 압도적 다수의 선사들은 2차 제재 리스크와 나포 위협을 무릅쓰고 200만 달러를 상납하느니 차라리 시간과 비용을 더 들이더라도 아프리카 희망봉으로 기수를 돌리고 있다. 이란의 불법 징수는 그들이 기대했던 만큼의 안정적인 수익 모델로 자리 잡지 못했다. 국제해사기구(IMO) 사무국 브리핑에 따르면 이미 약 3,200척의 선박과 2만 명가량의 선원이 호르무즈 서쪽 해역에 묶인 상태다. 그 실패한 모델은 역설적으로 세계 물류망 전체에 훨씬 더 큰 비용과 비효율을 떠넘기고 있다. 결국 호르무즈의 200만 달러는 이란이 거둬들이는 통행료가 아니라 오늘의 글로벌 공급망이 지정학적 충격 앞에서 얼마나 취약한 구조 위에 서 있는지를 드러내는 가장 비싼 경고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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