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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경제칼럼] 미국의 헌정 위기와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 - 무역법 122조로 옮겨붙은 트럼프 관세 전쟁과 시장의 생존법…

기사입력 2026.03.04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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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헌정 위기와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 - 무역법 122조로 옮겨붙은 트럼프 관세 전쟁과 시장의 생존법

     

    지난 2월 20일, 미국 연방대법원은 Learning Resources, Inc. v. Trump 사건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 핵심 축이던 IEEPA(국제긴급경제권법) 기반 관세를 위법이라고 판결했다. IEEPA는 대통령에게 제재 권한은 주지만, 전 세계 수입품에 일괄적인 관세를 부과할 포괄 권한까지 허용하는 법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런데 판결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장면이 바뀌었다. 같은 날 트럼프는 판결을 수용한다며 IEEPA 관세를 철폐하는 명령에 서명하는 동시에, 1974년 무역법 제122조를 근거로 전 세계 수입품에 10% 할증관세를 부과하는 새로운 포고령에 서명했다. 이후 추가 발표를 거쳐 발효 시점에는 할증관세율을 곧바로 15%까지 끌어올렸다. 분석기관들은 이 경우 미국의 무역가중 평균 관세율이 13% 안팎으로 내려오지만 판결 이전과 큰 차이가 없다고 추산한다. 법원이 IEEPA 관세를 막아냈지만 수입업자와 교역 상대국이 체감하는 현실은 “관세가 사라졌다”기보다 “형태만 바뀌었다”에 가깝다.

     

    무역법 제122조는 1974년 제정 이후 한 번도 본격적으로 쓰인 적 없는 조항이다. 대통령은 “심각한 국제수지 적자를 시정하거나 달러의 급격한 평가절하를 방지하기 위해” 최대 15%의 수입 할증관세를 최장 150일 동안 부과할 수 있으며 이후 연장하려면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다. 비상사태 선포만으로 제재를 장기간 끌고 갈 수 있는 IEEPA와 달리 제122조는 국제수지라는 구체적 목적과 150일이라는 유효기간이 명시된 조항이다. 현재 시점에서 계산하면 이번 관세는 7월 말경 자동 소멸하게 되고 그 이후를 원한다면 트럼프는 의회 설득이라는 또 다른 전장을 마주해야 한다.

     

    국제분쟁 실무에서 당사자가 법적 근거를 바꾸는 것은 단순한 서류 수정이 아니라 약점이 드러난 기존 주장을 접고 승산이 있는 새로운 지형으로 싸움터를 옮기는 전략적 신호다. 연방대법원의 판결 직전까지 행정부 내부에서 여러 대안 시나리오가 검토됐고 제122조 발동은 미리 준비해 둔 ‘플랜 B’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루킹스연구소의 평가처럼 행정부는 노골적인 판결 불복 대신 형식적 순응을 택해 헌정 위기를 피하면서도 대체 수단을 가동했다. 행정부는 제122조와 병행해 제301조(불공정무역관행) 및 제232조(국가안보) 절차까지 재가동하겠다는 신호도 보내고 있다. 패한 법적 근거 하나를 접는 대신 다른 카드를 동시에 테이블 위에 올린 셈이다.

     

    트럼프에게 중요한 것은 “어느 법을 쓰느냐”가 아니라 “관세라는 지렛대를 쥐고 있느냐”다. 법적 근거가 하나 무너지면 그 공백을 메울 다른 조항을 찾아 나서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법체계가 얼마나 비틀리는지는 후순위로 밀려난다.

     

    이 판결의 또 다른 파장은 IEEPA 관세를 이미 납부한 수입업자들의 환급(refund) 문제에서 나타난다. 이는 단지 회계상의 문제가 아니라 대통령이 비상 권한을 활용해 부과한 관세가 사후적으로 대규모 재정 부담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위험 신호이기도 하다. 더불어 제122조의 기습 발동은 주요 교역국들의 보복 조치와 WTO 체제와의 충돌을 촉발할 것이며 이는 7월 트럼프가 마주할 또 다른 청구서가 될 것이다.

     

    태평양 건너 최전선인 홍콩에서 이 관세 전쟁을 지켜보는 풍경은 또 다르게 보인다. 로이터와 AmCham 홍콩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홍콩 소재 미국 및 다국적 기업 경영진 다수는 “미•중 관계 악화와 관세 리스크”를 향후 3년 최대 불확실성 요인으로 꼽으면서도 12개월 비즈니스 전망에 대해서는 절반 이상이 낙관적이라고 답했다. 이미 공급망 다변화와 생산기지 조정 등 방어적 조치를 취한 결과, 추가 변수에 대한 심리적 타격이 예전보다 줄었다는 해석이 따른다. 홍콩 정부는 2025년 3.5% 성장에 이어 2026년 성장률을 2.5~3.5% 범위로 제시하며, AI•디지털 인프라 투자와 역외 위안화 허브 기능 강화를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홍콩에서 바라보는 가장 흥미로운 변화는 “불확실성의 구조화”다. 트럼프의 관세 트윗 한 줄에 시장이 뒤집어지던 1기 집권기와 달리 지금 홍콩 기업들은 관세 전쟁을 장기 고정 요인으로 간주한 채 사업 모델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미 최악의 시나리오를 전제로 원가 구조와 조직을 재편한 기업들에게 이번 제122조 관세는 돌발변수가 아니라 충분히 예측 가능한 또 하나의 에피소드일 뿐이다.

     

    이번 판결이 던진 핵심 질문은 “대통령이 어디까지 세율을 결정할 수 있는가”다. 연방대법원은 IEEPA에 대해 처음으로 선을 그으며 제재와 관세의 경계, 입법과 행정의 경계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다음 문제는 제122조다. “국제수지 적자 시정”이라는 협소한 목적 요건 때문에 현재의 15% 관세가 정말 비례적인 수단인지를 법원이 보다 직접적으로 심사할 여지가 커졌다. 대통령이 150일 시한 만료 후 제122조를 반복 선언해 관세를 연장하려 할 경우 그 자체가 새로운 위헌 심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등은 트럼프가 의회 승인이나 추가 입법을 시도할 경우 이미 양당이 IEEPA 관세에 반대 결의를 통과시킨 전례 때문에 거센 저항에 부딪힐 것이라고 본다. 그렇게 되면 전장은 다시 의회와 법원으로 넘어가고 제122조의 해석과 위헌성, 나아가 대통령의 통상권한 범위 전체가 재판대에 오를 수 있다. 반대로 대통령이 제301조•제232조를 중첩해 의회의 견제를 우회하려 한다면 미국의 통상법 체계 전체가 얼마나 탄력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가 시험대에 오른다.

     

    법적 근거는 앞으로도 계속 바뀔 것이다. 그러나 근거가 바뀔 때마다 충족해야 할 요건은 더 구체적이고 협소해지고 연방대법원과 의회의 심사는 더 날카로워질 수밖에 없다. 7월 24일, 제122조 관세의 150일 시한이 다가오는 시점은 그래서 하나의 리트머스 테스트다. 그날 이후 트럼프가 어떤 법조문을 새로 소환하는지를 지켜보는 일은 미국이 대통령의 통상권한과 의회의 과세권 사이에서 어떤 헌정 질서를 선택할 것인지 읽는 가장 직관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홍콩과 같은 교역 허브 도시에게 그 선택은 미국 내부의 헌법 논쟁을 넘어 향후 10년 사업 전략의 핵심 전제가 된다. 

     

    결국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것은 단순한 세율의 오르내림이 아니다. ‘관세의 무기화’를 향한 정치적 집착이 어떻게 한 국가의 법치주의와 글로벌 경제 질서를 시험대에 올리고 있는지 그 서늘한 충돌의 현장이다.

     

    박완기변호사 칼럼 크레딧.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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