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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하지만 가족이 된 네 명은 4년이라는 시간을 함께 보냅니다. 그러면서 가족이 되었을까요? 아닙니다. 낯선 사람들이 가족이 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새로운 기기를 싫어하는 아버지는 낡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습니다. 큰아들은 자신에게는 가르쳐주지 않은 카메라 사용법을, 아버지가 동생에게 알려주는 모습을 보며 괜스레 뿔이 납니다. 그래서 새어머니가 해준 반찬도 제대로 먹지 않으며 기숙사 생활을 하겠다고 집을 나옵니다.
어느 여름. 새어머니는 촬영하러 나서는 아버지에게 제안합니다. “다 같이 가요”
풀밭에 자리를 깔고 어색하게 식사를 한 후, 숲 한 바퀴를 돌고 나올 때. 지나던 사람이 말합니다. “가족인데 카메라도 있으니 같이 찍어보세요.” 그렇게 찍은 사진은 네 명이 함께 찍은 유일한 사진이 됩니다.
이후 큰아들은 대학교와 군대에 가고, 전남편의 폭행으로 아버지와 새어머니는 관계가 깨집니다. 오랜 시간 서로 안부를 모른 채 살아갑니다.
어느 날, 우연히 동생의 소재를 알고 형이 찾아갑니다. 잠시 형제였던 둘의 만남은 어색합니다. 그리고 작은 오해로 영영 만나지 못하는 관계가 됩니다.
성해나 작가의 소설 [두고 온 여름]의 줄거리입니다. 서로 사랑합니다. 가족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하지만 표현이 서툴고, 마음을 전하지 못해서. 서로에 대한 배려와, 미안함으로 그 마음을 전하지 못합니다. 결국 서로의 관계가 얽히며 만들어내는 그물이 너무 성기게 되어,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조금만 더 촘촘했더라면. 조금만 더 가까웠더라면. 조금 더 사랑한다고 말하고, 서로에게 친절했더라면. 그랬더라면 네 명의 가족은 행복할 수 있었을 텐데. 전남편의 폭력에 대한 미안함. 아토피로 병원 진료를 받을 때 따라와 준 형에 대한 미안함. 그리고 그런 새어머니와 동생에 대한 어색함이 서로를 외롭고 슬프게 만들었습니다.
목회를 하다 보면, 조심스레 와서 이렇게 물어보는 성도님이 있습니다. “목사님… 바쁘시죠?” 저는 언제나 이렇게 답합니다. “아니요, 안 바쁩니다. 만나서 이야기 듣고, 기도하는 것이 제 일입니다.” 조심스레 물어보시는 성도님들은 언제나 깊은 사연을 갖고 계심을 알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물어볼 때 “네, 바쁩니다. 당신을 만날 시간이 없네요” 이렇게 답해버리면 결국 누구에게도 말할 곳이 없어집니다.
여러분은 어떠십니까? 목사와 성도의 관계는 아니지만, 여러분 주위에도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 분이 있지는 않습니까? 어림짐작으로 의도를 알지만, 그 사람을 만나기 싫어 일부러 여러 핑계를 대고 피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가족과의 관계는 어떠십니까? “아빠, 바빠요?”라고 물어보는 아내나 아이들의 질문 뒤에는 밤새 이야기해도 끝나지 않을 많은 사연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조심스레 묻는 그 질문의 의도를 알면서도. 피곤하다는 이유로 이렇게 답할 때도 많습니다. “아빠 바빠. 다음에 이야기해”
그 결과, 우리도 모르게 관계가 멀어지고 서먹해집니다. 관계의 그물은 점점 성기게 되고, 중요한 것이 그 사이로 스르륵 빠져나가 버리곤 합니다. 나중에 인생의 결산을 하게 될 때가 와 그물을 들어보면,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는 모습을 보고 후회합니다.
저는 우리 서로가 너무 멀리 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합니다. 우리는 너무 가까워져 답답해지는 것을 싫어합니다. 그래서 거리를 두고 각자 개인적인 삶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문득 너무 멀리 떨어져 있음을 깨닫습니다. 어느새 서로 섬이 되어버려 다가가기도. 다가오는 것도 익숙지 않습니다. 예수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1비판을 받지 아니하려거든 비판하지 말라
2너희가 비판하는 그 비판으로 너희가 비판을 받을 것이요 너희가 헤아리는 그 헤아림으로 너희가 헤아림을 받을 것이니라 (마태복음 7:1-2)
어느 누구도 완벽할 수 없습니다. 그 점을 서로 바라보며 비난하고 비판하면 어느 누구도 함께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이 비판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의미는, 타인과 내가 서로 분리될 수 없는 존재임을 알려주시는 것입니다. 나와 이웃이 함께 살아갑니다. 서로의 관계는 그물이 되어 풍성한 인생을 만들 수 있습니다. 너무 가까워 답답하지 않도록. 그러나 너무 멀어져 아무것도 담지 못하는 삶이 되지 않도록 서로를 바라보고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홍콩에서 외롭게 생활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너무 멀리는 떨어지지 않도록. 여러분의 관계를 돌아보며 지내시기를 기도합니다. 이번 한 주도 건강하고 평안하게 지내십시오. 저와 홍콩우리교회는 언제나 여러분을 섬기고 싶습니다.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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