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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서방 언론은 일제히 홍콩의 부고를 타전했다. “부유층 엑소더스” “금융 허브의 추락” “한 시대의 종언”. 자극적인 헤드라인이 지면을 도배했고 홍콩의 운명은 이대로 다한 것처럼 보였다.
그로부터 4년. 현실은 이른바 ‘주류 내러티브’와 판이하게 흘러가고 있다. 현재 홍콩에 둥지를 튼 싱글 패밀리 오피스는 2,700개에 달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은 운용 자산이 5,000만 달러(약 735억 원)를 넘어서는 초대형 가문들이다. 2024년에는 200여 명의 백만장자가 순유입되며 지난 5년간의 유출세를 끊어내고 반전에 성공했다. 서방의 호언장담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당시의 시나리오는 단순했다. 홍콩의 자본이 싱가포르로 고스란히 옮겨갈 것이라는 대체의 논리였다. 실제로 서방 은행과 금융사는 인력을 뺐고, 컨설팅 회사들은 아시아 본부를 이전했다. 경영진은 가족을 데리고 떠났다. 언론은 이들의 움직임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이들이야말로 기자들이 가장 잘 알고 지내던 주된 취재원이었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의 성장은 분명 인상적이다. 2020년 400여 개에 불과했던 패밀리 오피스가 지난해 말 2,000개를 돌파하며 아시아의 핵심 자산 허브로 부상했다. 하지만 이 내러티브가 놓친 결정적 지점이 있다. 같은 기간 홍콩은 더 큰 폭으로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서방 전문가들이 짐을 싸는 사이 그 빈자리는 중국 본토의 패밀리 오피스들이 메웠다. 동남아와 중동의 거대 자본이 그 뒤를 이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자금의 파동은 서방 언론의 카메라에 제대로 포착되지 않았다. 자신들의 시야 밖에서 일어난 일이었기 때문이다.
본질은 홍콩과 싱가포르의 제로섬 게임이 아니다. 두 도시는 서로 다른 고객층을 흡수하며 공생하고 있다. 자산 이동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정치적 리스크가 경제적 실리를 압도할 것이라는 가정이 얼마나 허황된 것이었는지 드러난다.
중국 본토 기업가들에게 홍콩은 ‘위험한 타협지’가 아니라, 제2의 여권 없이도 접근 가능한 가장 신뢰할 만한 영미법 관할권이다. 상하이에서 한걸음에 닿는 거리, 골목마다 보통화가 통하는 프라이빗 뱅커들이 널려 있는 곳이 홍콩이다. 중동 자본에 홍콩은 세계 2위 경제 대국인 대중국 시장으로 진입하는 최적의 관문이다.
반면 싱가포르는 다른 프로필의 고객들을 흡수한다. 개인적 이주를 원하는 창업자, 중립성을 중시하는 테크 자산가, 서구적 운영 환경을 선호하는 패밀리 오피스들이다. 두 도시는 경쟁하는 라이벌이라기보다 팽창하는 시장의 서로 다른 파이를 나누어 갖는 파트너에 가깝다.
그럼에도 서방은 이를 ‘싱가포르의 부상과 홍콩의 몰락’이라는 단순한 교체 내러티브로만 규정했다. 데이터는 이를 반박한다. 둘 다 성장했고 홍콩은 그 예측을 비웃듯 더 큰 수치로 증명했다.
이것은 체제 옹호가 아닌 분석의 사각지대에 대한 지적이다. 서방 분석가들은 “나라면 내 가족을 데리고 홍콩으로 가겠는가?”라고 물었지만 정작 던졌어야 할 질문은 “홍콩으로 움직이는 자본가들이 과연 나와 같은 리스크 계산법을 공유하는가?”였다.
답은 ‘아니오’였다. 자신의 선호도를 시장의 논리로 착각하는 순간 분석은 오염된다. 리스크 허용 범위를 보편적 법칙으로 여기면 자본의 실제 움직임에 당혹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홍콩에 과제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지정학적 긴장과 규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하지만 2,700개의 패밀리 오피스가 홍콩을 선택한 것은 그들이 서방 보도를 읽지 않아서가 아니다. 그들은 리스크를 읽고도 실리가 더 크다는 다른 계산을 끝낸 것이다.
정확한 현상 분석은 올바른 질문에서 시작된다. “왜 여전히 홍콩인가”를 질문하기 보다 “자산가들은 보고 있지만 서방 분석가들은 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내러티브와 실제 돈의 흐름이 충돌할 때 시장은 언제나 돈의 흐름이 옳았음을 증명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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