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금지' 홍콩서도 사람들이 모였다…"독재 반대·노예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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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시위 금지' 홍콩서도 사람들이 모였다…"독재 반대·노예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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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안법 시행 후 집회와 시위가 금지된 홍콩에서 사람들이 경찰의 통제에도 다시 모이기 시작했다. 

 

지난 주말 중국 곳곳에서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 화재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고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진 것에 연대를 표하기 위해서다.

 

29일 홍콩 명보에 따르면 전날 저녁 홍콩중문대에서는 학생 약 100명이 모여 "PCR(유전자증폭) 검사 말고 밥을!", "봉쇄 말고 자유를!", "문화혁명 말고 개혁을!", "노비 말고 공민이 돼야 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해당 구호들은 지난달 중국 베이징 시내 고가에 내걸렸던 현수막에 적혔던 구호다.

 

학생들은 텔레그램 같은 메신저로 시위 정보를 공유해서 모였고, 중국 본토에서 온 유학생들이 많이 참여했다. 구호는 홍콩인들이 구사하는 광둥화(캔토니즈)와 표준 중국어 푸퉁화로 나란히 외쳐졌다.

 

학생들은 A4용지 등 백지를 들어 올리며 자신의 얼굴을 가렸다. 아무것도 적히지 않은 흰색 종이는 이번 중국 시위의 상징물로 떠올랐다. 

 

당국의 검열에 대한 항의로 소셜미디어(SNS)에서도 '백지혁명(白紙革命)' 또는 'A4 Revolution'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이 확산하고 있다.

 

또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넘버 '민중의 노래'(Do You Hear the People Sing?)를 부르기도 했다. 이 역시 최근 중국 시위 현장에서도 등장한 노래다.

 

명보는 "오후 7시께 100여 명이 모였고 일부는 흰색 꽃과 촛불로 바닥에 '1124'라는 모양을 만들었다"며 중국 본토에서 온 유학생들은 체포와 중국에 있는 가족의 불이익 등을 우려해 조심스럽게 행동하면서도 이번 시위가 널리 알려지길 희망했다고 전했다.

 

'1124'는 11월 24일 우루무치 아파트에서 화재로 19명이 사상한 날이다. 해당 아파트가 봉쇄된 까닭에 화재 진압이 지연되면서 희생자가 많이 발생했다는 주장이 퍼져나간 것이 지난 주말 중국 코로나 반대 시위의 도화선이 됐다.

 

상하이에서 온 유학생 제임스 차이는 명보에 "오랫동안 목소리를 내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다"며 "본토인들이 더는 참지 않는다면 나 역시 그렇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온 또 다른 유학생은 "본토에서 용감하게 목소리를 내는 동포들을 지지한다"며 "이번 시위로 더 많은 이들이 중국 상황과 시위에 관심을 두길 바란다"고 밝혔다.

 

명보는 "시위 참여 학생들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변호사의 연락처, 캠퍼스 탈출 통로, 체포 시 대응법 등을 공유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AP 통신은 "시위에서는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 벌어진 시위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면서도 "독재 반대! 노예가 되지 말라!", "두려워하지 말라. 잊지 말라. 용서하지 말라"는 구호가 나왔다고 전했다.

 

시위 현장은 학교 보안 요원이 촬영했다. 홍콩 중심가 센트럴에도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전날 저녁 8시께 약 50명이 센트럴 지하철 입구에 모여 헌화하고 초를 켜놓으며 우루무치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시민들은 현행 12명 이상 집합 금지 방역 규정을 의식해 소그룹으로 쪼개져 자리를 지켰다. 일부는 백지를 들어 올리며 침묵시위를 벌였다. 경찰 30명이 현장을 에워싸고 추모객들의 신분증을 검사했다.

 

대체로 평화로운 집회였지만 '그랜마 웡'으로 유명한 홍콩 민주 활동가 알렉산드라 웡(66)이 홍콩 시위의 상징인 노란 우산을 든 채 구호를 외치자 한 젊은 남성이 우산을 빼앗고 그를 쓰러뜨리는 일이 벌어졌다. 

 

웡은 병원으로 이송됐고 해당 남성은 경찰이 연행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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