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흥수 약사의 건강칼럼] 코로나를 향한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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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흥수 약사의 건강칼럼] 코로나를 향한 두 가지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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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평화롭던 홍콩에 한달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고 있습니다. 반년간 지역 사회 내 코로나 감염이 없다가 갑자기 등장한 슈퍼전파자로 인해 일일 확진자가 수십 명이 나오더니 급기야 130여 명이라는 1년 내 최대치가 발표되기에 이르렀습니다.


정부에서는 다시금 엄격한 방역 규제를 실시하여 저녁 6시 이후 식당 내 취식을 금하고, 각종 유락 시설의 영업은 잠정 중단되었습니다. 홍콩 정부는 확진자를 제로로 유지하는 "제로 코로나" 정책을 꾸준히 고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 일 확진자가 수만 명씩 나오는 미국, 영국을 비롯한 서방세계의 여러 국가들은 이미 엄격한 방역 규제는 해제하고 코로나와 공존하겠다는 "워드 코로나"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도대체 무엇이 이렇게 전혀 다른 세상의 정책을 펼치게 만드는 것일까요?


중국과 홍콩의 경우 20여 년 전 사스의 트라우마가 큽니다. 그리고 중국은 바이러스로 인한 각종 대내외적 문제에서 빨리 벗어나 국가적인 위상을 드높이길 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당장 다음 달에 개최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엄격한 방역정책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홍콩에서는 중국에 경제, 생활적으로 굉장히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중국 대륙과의 왕래가 차단되어 수많은 일반 시민들의 생업에도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하루속히 통관을 이루기 위해 중앙당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따르고 있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습니다.


그러면 서방 세계는 왜 벌써 워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일까요? 공공의 질서를 중시하는 동양권은 공공의 선을 위해 규제를 따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서방의 선진국들은 역사적으로 개인의 자유에 더 중요한 가치를 두고 투쟁해 왔으므로, 가능한 한 일상적인 규제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이끌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현재 워드 코로나를 시행하는 국가들은 엄격한 방역 규제에 지친 시민들의 피로감과 경제침체로 정부 역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의 발병과 중증률을 낮춰줄 수 있는 백신 접종을 독려하는 대신 일상적인 방역 규제는 완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


마침 최근 발생한 오미크론 변종은 전염성은 강력하나 중증률이 극히 낮아 금새 지배종으로 자리 잡고 있으며, 이를 통해 코로나 판데믹(pandemic)은 머지않아 일반적인 독감과 같이 인류에게 공존하는 엔데믹(endemic)으로 가게 되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홍콩대 윤궉용 교수를 비롯한 홍콩 방역 당국의 최고 전문가 집단은 제로 코로나를 위한 강력한 통제를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홍콩에서도 다른 목소리를 내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며칠 전 香港01에서 보도된 기사에서는 이와 관련된 의견들이 보도되었는데 네티즌들이 반응이 뜨겁습니다.(제목 :  零迷思︱港大 授:不「共存」則抗疫路漫 黃傑龍: 檢行 通)


보도에 의하면 홍콩대 미생물학 교수 시다스 스라다 씨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대가는 매우 크며, 이는 지속 불가능한 임무이다. 홍콩 정부가 중국 대륙과의 통관을 위해서 이 정책을 고수해 엄격한 규제로 통관을 이루어낼 수는 있겠지만, 결국 이는 비누 거품처럼 금방 끝나버릴 것이다. 홍콩이 제로 코로나를 지속한다면 상황은 악화될 것이다”라고 하며 하루속히 백신 접종률을 높이고 워드 코로나를 추진할 것을 언급했습니다.


요식업계 대표 웡깃롱 씨는 매일 130명의 확진자가 발생한다면 실질적으로 시민들에게 강제검역이 기술적으로 도움을 줄 수가 없다, 제로 코로나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거나 아예 독감으로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된다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의료고문 데이비드 렁은 오미크론 대유행으로 팬데믹이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여 제로 코로나 달성이 곤란해졌다, 각종 영업 중지를 해제하고 백신 접종자에게 방역 패스를 실시하는 것이 상책이다, 경제와 민생을 살리고 세계의 방역 대세를 따라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 2년동안 정부는 도대체 이 사태를 준비하지 않고 무엇을 해왔는지 분개하는 시민도 있습니다. 현재 바이러스 변종은 약화되어 예전의 우한에서 발병했던 코로나와는 상황이 다른데 확진자 수만 관심 있고, 유증상 환자, 중증환자가 몇 명인지는 관심도 없는 인식이 어리석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부정적인 여론도 많습니다. 10억이 넘는 인구가 있는 중국 대륙보다도 조그마한 홍콩에서 훨씬 더 확진자가 많이 나오는 것은 정책 방향의 오류가 아니라 홍콩 정부와 시민의 실책이 아닌가 하는 지적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홍콩은 아직도 고위험군인 노인층의 백신 접종률이 상당히 낮기 때문에 워드 코로나 시행 시 노인층의 중증, 사망이행률이 높을 것으로 걱정하는 의견도 많습니다.


그리고 홍콩은 인구밀도가 세계 최고 수준이기 때문에 확진자 발생 시 전염률도 훨씬 높고 재택 자가격리 시 주변 거주민들에게 전염을 일으킬 확률도 월등히 높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엄중한 코로나 사태가 시작된지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제로 코로나와 위드 코로나, 정답은 없습니다. 하지만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또 다시 격리하고 영업중지하는 것이 최선인지, 이러한 정책은 언제까지 지속되어야 할지, 국제적인 도시 홍콩은 어떤 기준에서 정상화될 수 있을지 많은 생각이 듭니다. 부디 2022년은 코로나가 진정되고 우리 홍콩에서도 소중한 일상을 되찾을 수 있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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