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에서의 특별한 명절 동지(冬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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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권 원장의 생활칼럼] 홍콩에서의 특별한 명절 동지(冬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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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가족이 모여 식사를 하는 동짓날 

오는 12월 22일은 동지이다. 비록 공휴일은 아니지만 홍콩에서 동지는 큰 명절 중 하나이다. 이날은 모두들 일찍 퇴근한 후 온 가족이 한데 모여 식사를 하는데, 이를 ‘쭈오똥(做冬)’이라고 한다. 많은 중국 식당들은 동짓날을 앞두고 일찌감치 예약이 꽉 들어차곤 한다. 

홍콩섬, 구룡, 신계의 각 가정마다 동지를 지내는 고유의 방식이 존재한다. 그리고 식사의 풍성함은 결코 설날에 뒤지지 않는다. 전통 음식 외에도 여러 요리를 커다란 그릇에 담아 먹는 펀차이와 훠궈 등도 환영을 받는다. 

동짓날 가장 보편적으로 먹는 음식의 재료는 닭고기이다. 광동식 닭요리 외에도 사천식 커우슈이지(口水鷄)나 하이난 스타일도 즐겨 먹는다. 

“집집마다 탕위엔을 준비하니 내일이 동지임을 알겠도다”

‘쭈오똥’ 이후에 탕위엔(湯圓)을 먹는 것도 전통 픙습 중의 하나이다. 탕위엔은 새알심처럼 생긴 모양의 떡 안에 깨와 같은 달달한 소가 들어 있는 음식으로 물에 넣어 끓여 먹는다. 탕위엔의 ‘위엔(圓)’은 단합을 의미하는 ‘투완위엔(團圓)’, 원만을 뜻하는 ‘위엔만(圓滿)’을 상징한다. 즉, 가족의 단합과 화목함을 기원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게 동짓날에 탕위엔 먹는 풍습을 ‘똥즈투완(冬至團)’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설날에 떡국 한 그릇 먹으면 한 살이 많아진다고 하는데, 중화권에서는 탕위엔을 한 그릇 먹으면 한 살 많아진다고 말한다. 중국의 고시(古詩)중에는 “집집마다 탕위엔을 준비하니 내일이 동지임을 알겠도다’라는 싯구도 있다.

동지는 비단 홍콩 뿐만 아니라 중국 대륙에서도 중시되는 전통 명절로서, 순위로 따지면 설 다음이라는 말도 있다. 송나라 문헌인 <동경몽화록(東京夢華錄)>에 “11월은 동지이다. 비록 가난한 자들이라 하더라도 이날은 새 옷으로 갈아 입고 술을 준비하여 조상에게 제사를 지낸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동지는 밝은 빛으로 향하는 순환의 시작

홍콩의 민속학자인 쩌우슈지아는 동지가 1년 중 밤이 가장 길고 하루가 가장 어두운 날로서, ‘만물이 밝은 빛으로 향해 가는 순환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즉, 세상이 새로움으로 나아가기 위해 첫걸음을 딛는 날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옛날부터 동지가 중시된 이유는 이날이 24절기를 정하는 중심적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즉, 낮이 가장 긴 하지와 더불어 동지는 정확한 역법을 제공하는 구심이 되었다. 참고로 역법은 옛날의 달력에 해당된다. 역법이 정확하다는 것은 황제가 하늘의 뜻에 부응하는 자격을 갖췄음을 의미한다. 

홍콩 사람들이 동지를 보내는 방식은 융통성을 지니고 있다. 이날이 공휴일로 지정되지 않아 앞당겨 주말에 동지를 보내거나 날짜를 늦춰 지내는 가정들도 있다. 동짓날 가족들이 다 같이 모여 식사를 하는 풍습 외에도 신계 지역에서는 제사를 지내기도 한다.
 
우리 나라도 동지를 지내는 풍습이 있다. 동짓날이 되면 집집마다 단팥죽을 끓여 먹곤 한다. 이는 추운 겨울, 충분한 온기와 영양을 보충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본은 자고 이래로 동지를 태양의 탄생일로 여겨왔다. 그리고 새해의 시작점으로 삼는다. 비록 이날 이후 낮의 길이가 조금씩 늘어나긴 하지만 일정 기간은 추운 겨울을 지내야한다. 그래서 원기를 보충하고 면역력 강화를 위해 동짓날 호박을 먹는다.   

시기상 우리 몸의 전환점이 되기도 하는 동지

동지는 기후적으로 여름과 겨울의 교차점이자 농경의 전환점인 동시에 우리 몸에 있어서도 음양기혈의 중요한 변환기이다. 동지는 음, 양, 기가 전환되는 중요한 시기로서 이날 우리 몸에 어떤 노력을 기울이냐에 따라 그 다음해를 보내는 내내 영향을 미친다. 즉, 이날 먹는 보양식은 향후 1년동안 우리 몸의 성패를 결정한다는 논리이다. 

이 말은 전통 중의학에서 이론적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동지는 자연계에서 음양이 교체되는 날이다. 동지의 ‘지(至)’는 ‘다할 극(極)’의 의미를 지닌다. 동짓날은 음이 다하는 극에 이르는 바, 이는 한편으로 양기가 기지개를 켜는 중요한 시작점이기도 한 것이다. 중국의 옛말에 ‘동지에 보양을 하면 봄이 되어 호랑이도 때려 잡는다’는 속담도 있다. 중의학에서는 양기가 시작되는 시기에 몸을 보양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병에 걸리지 않도록 몸을 관리하는 양생학의 관점에서도 ‘기의 시작은 동지’라고 한다.  즉, 동짓날 몸을 관리하는 방법과 몸의 보양은 왕성한 정력을 유지시키고 노화를 막는 한편 장수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옛말치고 틀린 말이 없은가. 그렇다면 이날 만큼은 패스트푸드나 술담배를 멀리하고 곧 맞이하는 새해를 위해 특별식으로 우리 몸에 원기를 불어 넣어 보자. 그리고 교민 가정마다 오붓하고 원만한, 홍콩에서 맞는 특별한 동지가 되었으면 한다.
 
 
참고자료: https://hk.epochtimes.com/news/2016-12-22/冬至大
過年-冬至文化在香港得以傳承-71357785
* 본 칼럼의 중국어 명칭은 푸통화로 표기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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